파인뉴스

옛날 가야산 깊은 골짜기에 팔십이 넘은, 나이 많은 부부가 외롭게 살고 있었다. 산이 험해 일년 내내 왕래하는 사람이 없는 산 속에 강아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친자식처럼 함께 잘 살았다.

노부부의 사랑을 흠뻑 받으며 강아지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3년이 지나자 강아지는 큰 개가 되었다. 한데, 강아지를 얻은 지 꼭 삼 년 되던 어느 날 아침, 슬픈 표정을 하고 개가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는 동해 용왕의 딸인데 죄를 지어 개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왔습니다.

다행히 두 분의 보살핌으로 무사히 죄 값을 치르고 이제 다시 용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두 분의 은혜가 하해와 같으므로 저의 수양부모로 모실까 합니다.” 노부부는 정말로 신기하게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를 친자식처럼 길러왔는데 어찌 부모자식의 의를 마다하겠느냐.” “제가 용궁으로 돌아가서 용왕님께 두 분의 은혜를 말씀드리면, 용왕님은 12사자를 보내어 두 분을 용궁으로 모셔서 극진한 대접을 하실 것 입니다.

돌아올 때 저를 길러주신 보답으로 무엇이든 원하는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실 것이니, 그때 아무리 좋은 것을 주어도 모두 싫다하시고 용왕 의자 앞에 있는 해인이라는 도장을 달라고 하십시오. 그 도장은 세 번 툭툭 치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모두 나오는 신기한 보물입니다.” 개는 말을 마치자 공중을 세 번 뛰어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나 지난 어느 날 밤, 용왕의 사자가 노인을 모시러 왔다. 노인은 그들이 가져온 옥가마를 타고 바람처럼 달려 용궁으로 갔다. 아름답고 신기한 용궁의 경치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아름다운 공주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노인을 반기고, 풍악이 울리자 용왕이 나와서 노인을 친절히 맞이하였다.

“먼길을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삼 년이나 제 딸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왕의 환영을 받으며 용궁에서 한 달을 지낸 뒤, 노인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청하자 용왕은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줄 터이니 소원을 말하라고 하였다.

노인은 개가 말한 대로 다른 것은 모두 싫고 해인을 달라고 하였다. “허허, 그것은 용궁의 옥새로 매우 중요한 것이외다. 허나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라면 다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가져가시오. 잘 보관했다가 이것으로 지상에 좋은 절을 세우는 데 쓰도록 하시오” 하며 용왕은 황금 보자기에 해인을 싸서 노인에게 주었다.

다음날 노인은 용궁을 떠나왔다. 공주는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하며 이별을 슬퍼했다. 노인도 이별의 아쉬움으로 눈물을 흘리며 가야산 깊은 골짜기에 도착하였다. 집에 도착한 노인은 아내에게 용궁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하고 해인을 꺼내서, “내가 용궁에서 먹던 음식 나오너라” 하였더니 방안 가득 맛있는 음식이 나왔다.

노부부는 기쁘고 신기했다. 무엇이든 안 되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편하게 살다가 죽을 날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바로 지금 합천에 있는 해인사(海印寺)라고 한다. 노인이 죽자 자식이 없었으므로 해인을 해인사에 안치시켰다 하는데, 그래서 절의 이름을 해인사라 했다 한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