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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의 청강이야기 2편 | 개만도 못한 후처(後妻)
굶어죽은 게으름뱅이
| | | 입력시간 : 2013. 01.30. 00:00 |   |
#개만도 못한 후처(後妻)
전처 애 생매장하자 개가 살려내
옛날 한 산간마을에 일용품을 팔러 다니는 공 서방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만삭인 아내가 자기의 핏줄을 금방이라도 낳을 것 같아 아이에게 신기고 입히고 씌울 것들을 사왔다. 부인은 남편의 자상함에 감동이 되어 기쁨 속에 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부인이 개죽을 주려고 한참을 불러대도 개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 찾아보니 나무더미 옆에다 짚을 모아놓고 어미개가 그곳에서 새끼를 낳고 있었다. 부인은 하도 기뻐서 자기가 먹으려고 사두었던 미역국도 끓여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부인도 해산을 했다. 아주 귀엽게 생긴 옥동자였다. 공 서방은 너무나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그렇게도 알뜰하고 착한 아내가 해산을 한 얼마 후 죽고 말았다.
공 서방은 충격에 연 삼일동안 물 한 모금도 먹지 않고 통곡했다. “여보게, 공 서방, 정신 좀 차리게나. 그런다고 죽은 아내가 살아오겠나. 불쌍한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자네가 정신을 차려야지.” 노인들의 걱정에 정신을 차린 공 서방은 아기부터 찾았으나 아기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마음씨 좋은 이웃사람들이 공 서방네 뒷집에 사는 정 과부한테 맡겨 젖을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정 과부는 남몰래 정을 통해 임신한 지 8개월만에 아기를 낳기는 낳았는데 난산으로 그만 아이가 죽고 말았다.
그런지 이제 일주일이라 젖을 짜 버리던 차라 동네 할머니가 배고파 우는 어린애를 안고 가서 사정을 하니 젖을 먹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마을사람들이 공 서방을 찾아와서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아기를 위해서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 과부와 짝을 맺어 살라고 했다.
공 서방은 정 과부가 행실이 좋지 않아 싫은 여자지만 젖을 달라고 보채며 우는 아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정 과부를 후처로 맞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먹고살기 위해 또다시 짐을 지고 장사를 떠났다.
그런데 물건을 판 돈으로 쌀을 사서 보름만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이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개도 달려나와 매달리고, 아내도 문밖까지 달려나와 짐을 받아들이련만 웬일인지 집에는 개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을 내며 문을 여니 새로 맞은 아내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누워 있었다. “거, 어디 불편하기라도 하오?” 공 서방은 아내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아이는 어디 있소?” 그러자 “당신이 장사를 떠난 후 신열이 나더니 제 어미 곁으로 떠나고 말더군요.” 공 서방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그럴 수가…! 그럼 아이는 어디다 묻었소?” “제 어미 무덤 옆에다 묻었지요.” 공 서방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가 강아지들은 잘 있는지 궁금하여 나뭇가지 뒤로 가보니 어미 개는 없고 새끼 두 마리가 죽어있을 뿐이었다.
“망할 놈의 개, 제 새끼는 죽여놓고 어딜 갔단 말이냐?” 공 서방은 어미 개가 눈에 띄면 요절을 낼 기색으로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어디를 갔다가 오는지 그때서야 어미 개가 달려왔다. “에잇, 죽일 놈의 개!” 공 서방은 반갑다고 꼬리를 치며 달려드는 개를 발길로 찼다.
그러나 달아났다가 와서 꼬리를 치며 바지를 물어 당겼다. 그래 못이긴 척 공 서방은 개의 뒤를 따라가 보니 난데없이 어린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알고 보니 후처가 아이를 생매장한 걸 파내어 숲 속에 숨겨놓고 젖을 먹여 살린 것이다.
제 새끼는 굶겨 죽여놓고도 밤이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승냥이를 물어 죽여 놓고 있었다. 공 서방은 목이 메었다. 어미 개를 안고 “네 새끼를 죽이고 내 아이를 살렸구나” 하고 미안해 슬프게 울다가 “에잇, 이 개보다도 못한 년” 하고 집으로 쫓아가니 후처는 천벌을 받아 죽어 있었다.
#굶어죽은 게으름뱅이
목에 걸어준 떡도 먹지 않아 저승길
옛날 민담 중 삶에 있어서는 주로 부지런해 잘살고, 은혜를 베풀어 잘살고, 부모에 효도해 잘살고, 착해서 복 많이 받아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한데, 게으름뱅이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강원도 어느 산골마을에 한 게으름뱅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게으르던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마당을 쓸거나 이웃 간에 마실을 다닐 줄도 모르고, 심지어 귀찮아서 세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아내가 옷을 입혀주고 밥도 먹여주어야 했다. 때로는 입에 든 밥을 씹고 삼키기조차 싫어하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게으름뱅이는 오직 그 아내에게만 의지해서 살고 있었다. 중요한 건, 이렇다 보니 밤일도 하지 않아 슬하에 자녀도 없었다. 일부종사를 해야하는 여자의 운명이라 그래도 아내는 열심히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어머니가 죽었다는 부고가 왔다. 사위인 게으름뱅이는 게으른 탓으로 못 가지만 아내는 친정어머니 장사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아내는 걱정이 되었다. ‘내가 친정에 다녀올 동안 남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내는 궁리 끝에 떡을 많이 해서 그릇에 담아 방에다 들여놓고 그 떡에 구멍을 뚫어 끈에 꿰어서 남편의 목에 걸어주면서, “내가 친정에 다녀올 동안 떡을 먹고 잘 지내달라”고 타일렀다. 게으른 남편이니 밥을 지어먹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게으름뱅이 남편은 말하기조차 싫은지 떠나는 아내를 멀거니 보고만 있었다.
아내는 친정에 가서 장례를 지내고, 모처럼 친정에 오기도 했고 동기간의 만류도 있고 해서 닷새를 묵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사립문을 들어섰으나 인기척이 없었다. 불안한 가운데 방문을 열어보니 남편은 떡을 목에다 건 채 굶어죽어 있었다. 목에 걸어준 떡은 하나도 줄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게으름뱅이는 목에 걸어준 떡도 다 먹지 못하고 굶어죽어, 꽃다운 아내를 과부로 만든 것이다.
/고운석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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