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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정승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어느날 민정을 살피기 위해 농촌으로 나들이를 하였다. 그때 마침 한 농부가 쟁기질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 하는 중이었다.

황희 정승은 그 농부에게 다가가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였다. “노란 소와 검정 소 중 어느 놈이 힘이 세요?” 그랬더니 농부는 아무 댓구도 않고 그냥 걸어갔다. 한참 후 소들을 멀찌감치 놔두고 다시 돌아와서는 황희 정승의 귀에다 대고 “노란소가 더 힘이 세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황희 정승은 어이가 없어서 그 농부에게 대뜸 “이 양반아 그게 뭐 대단하다고 귓속말로 하시오”하고 반문하였다. 그랬더니 농부는 “아무리 축생이라도 어느 소가 더 힘이 세다고 말하면 힘이 덜 센 소는 기분이 좋겠소?”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때서야 황희 정승은 농부의 깊은 뜻을 알고서는 그 농부에게 큰절을 하였다 한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그 농부에게서 무엇을 배웠는가? 말로만 학생들을 지도할 때 편애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얼마나 그것을 실천했던가. 또한 우리는 보잘 것 없는 사람도 우리들의 스승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타산지석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교훈이 되는 예화이다.

지난번에 전국 시·도 교육청의 교원 정례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온갖 잡음과 후문이 꼬리를 물고 있어 달갑지 않았다. 해마다 감사원 감사에서 들춰진 교원 인사의 부정 사례는 힘 있는 자가 저지르는 소행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은 관행이라는 탈을 쓰고 인사권의 재량 행위에까지 편승한 것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가 있다.

“인사가 만사이다”고 한다. 그렇다. 적재적소에 순리대로 공정하고 공평해야 할 것이다. 요즘 교원들은 정기 인사가 있고 나서 불평과 불만으로 전일 상사 학교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게 일쑤이다.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남을 비방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의 눈에 들어있는 티끌을 뺄라 말고 자기 몸에 들어있는 들보를 빼라. 즉 들보란 기둥과 같은 것이다. 우리들은 항상 생활하면서 자기 편리할대로 말을 한다. ‘자기는 잘 했는데…’ 하면서 남의 험담, 단점을 들춰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인간은 99%가 잘못 투성이다. 그 잘못된 99%를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면서 고쳐가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을 헐뜯고 지탄할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 나의 스승이다. ‘나는 저럼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겠으나, 노력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면서 늘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여유가 있고 복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성서에 보면 ‘너희가 무엇을 심든지 간에 심은대로 거두리라’는 말씀이 있다.

‘악을 심는 자는 악을 거둘 것이고 선을 심는 자는 선을 거두게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자업자득이란 말과 같다. 불만, 불평보다는 주어진 일에 늘 감사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로 삶을 추구하면서 살아가야 할 때라고 본다.

셋이 같이 걸어가면 자기가 배울만한 스승이 반드시 있다고 공자는 말했다. ‘三人行必有我師焉’이라는 공자의 이 말을 나는 지극히 좋아한다. 얼마나 겸허한 마음의 자세인가 얼마나 성실한 인생의 태도인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면 천하 만물이 다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부지런한 사람에게서는 근면을 배우고 침착한 사람에게서는 침착의 덕을 배우며, 겸손한 사람에게서는 겸손의 정신을 배운다. 또 경솔한 사람에게서는 저래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진리를 배울 수 있다.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배우고 공부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이 평생교육의 원리요, 생애교육의 사상이다. 生則學이요 人生則工夫다. 가장 유능한 자는 부단히 배우는 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누구일까 그것은 각 개인에 따라서 다르겠으나, 자족할 줄 알고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남을 이기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이기게 되면 자연히 남을 이기게 되는 것이다. 또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가 누구인가 그것은 마음이 가장 부자인 사람이다. 자기를 비웃고 비난하고 헐뜯을 지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그 순간을 슬기롭게 대처하면 곧 축복이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 또한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줄 아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논어의 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무어라고 말 할 수 없는 감흥과 운치가 있다.

우리는 배우고 교육하는 것을 가장 강조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앞으로 위대한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공부하는 민족이 위대해진다. 교육하는 나라가 대성한다. 배우는 자만이 크게 된다.

새로운 개혁을 나 자신부터 하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걸어가면 자기의 약점을 보완하고 나아가서 이상은 높게 현실은 착실하게, 겉치레 보다는 실속있는 생활을 하며 살아가야겠다.

이정재 <광주교육대학교 前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