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살찐 돼지를 보면 행복한가,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돼지 뒷다리를 보면 마치 북두칠성(北斗七星)처럼 검은 점이 일곱개나 나 있다고 한다. 정말로 나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 칠성점의 연유는 이렇다. 돼지는 본래 하늘에 살고 있었는데 얼굴이 검다하여 용(龍)에게 미움을 받았다. 그래서 꼴보기 싫다고 천계(天界)에서 추방당해 지상에서 살게 되었는데 하늘에 살았던 짐승이란 증명으로 칠성점이 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생사(生死)를 비롯, 만물과 만사의 흥망성쇠를 관장하는 칠성신앙(七星信仰)과 야합해서 제사지낼 때 그 소망을 신명(神明)에게 매개하는 희생동물로서 돼지가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돼지가 지금 까마귀 한 마리 값도 안 된다고 한다.

까마귀는 정력에 좋다고 30만원인데, 돼지가 25만원에 살 수 있다는 말이 떠돌면서다. 실지 돼지고기 값이 위와같이 떨어지면서 양돈농가가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돼지 값이 떨어지는데도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값은 그대로여서 소비가 늘지 않는데다, 국내 공급이 과잉상태인데도 수입돼지고기가 계속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3월까지 약 6개월간 돼지 도매가격이 생산비 아래로 급락하여 전국 한돈농가 6,000여곳의 적자규모는 눈처럼 불어나 모두 6,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가 한 곳당 1억6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생산비를 1kg당 4,300원으로 잡고 도매가격과의 차액을 계산해 적자폭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농가의 월별 적자규모는 지난해 9월 656억원, 10월 1,470억원, 11월 954억원, 12월 1,08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1월 1,613억원, 2월(1~14일)까지 666억원으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돈농가의 적자는 돼지고기 가격하락 때문이다. 한돈협회가 조사한 돼지고기 값은 지난해 8월 kg당 평균 4,139원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월 들어 2,857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처럼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돼지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인 1,000만두에 육박하고 있다. 2011년 봄 구제역 파동시 전국 돼지 사육두수가 303만마리까지 내려간 이후 농가가 계속 돼지사육을 늘린 결과다.

지난달 돼지 도축수는 147만두로 월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값싼 외국산 돼지고기는 계속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수입량은 약 2만7,000톤으로 12월보다 34.7%나 늘었다. 서민들의 고충에서 보듯 경기불황 요인도 크다.

소비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재고가 많이 남는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뒷다리살의 경우 올해 대형마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20%가량 감소했다. 식당에서 돼지고기 메뉴 가격을 낮추지 않는 것도 소비 부진에 한몫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당에서 원부재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20~40%수준으로 관리비, 물류비를 비롯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음식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도매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판매가격이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한번 수입산으로 대체한 식당들이 국내산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그대로 수입산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산 돼지고기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로선 당분간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돈협회는 기업농을 포함, 협회가입 농가에서 모돈(어미 돼지)을 1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료업체들에 대해선 사료가격 동결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소비촉진을 위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과 지난달엔 등심, 뒷다리살 등을 20~60%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옛 우리의 선조들은 돈이 필요할 때 돼지를 담보로 그해에 낳은 새끼를 이자로 주기도 했는데, 돼지값 하락이 지속될 경우 국내 양돈농가의 80% 이상이 도산할 것이라고 협회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운석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