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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시대는 과연 갔는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달러 패권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발언이 연달아 터졌다.

그 당시 주가하락. 달러하락. 경기하강이 겹쳐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거대 금융사들이 중동,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에서 구제 금융을 받아 갔다. 큰 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도 달러시대는 이제 갔다라고 예언했다.

당시 메릴린치라는 미국 은행에 20억 달러를 출자했던 한국도 ‘달러 깔보기’ 대열에 합류했다. 경제를 연구하는 한국의 어느 경제연구소는 달러화가 지배했던 독점시대가 저물고 , 달러와 유로화. 엔화. 위안화가 발언권을 나눠 갖는 과점시대가 온다고 예측했던 것이다.

미국 경제 쇠퇴와 달러 패권시대는 서서히 종말로 다가가고 있다고 여겼으나 금융위기가 닥칠 때면 오히려 더 강해졌던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블랙 먼데이, 1990년대 초반 거대한 무역적자, 90년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러시아의 외채 상환 중단, 2000년 대 IT 버블 붕괴, 9.11 테러 등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제는 미국 경제가 붕괴 되고 있다고 그럴 듯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머니파워(금융력)는 금융위기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 돈을 위기 돌파용으로 가져다 쓰는 게 천재적이었다. 1980년대에는 엄청난 흑자를 내던 일본과 손잡았고, 1983~1989년 사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액 중 41%를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메워줬다.

일본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가장 많이 사주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이 미국에 돈을 대주는 역할을 시작하더니 곧 이어 아시아 - 중동 국가들이 미국에 달러를 맡겼다. 남의 나라 돈을 가져다 금융위기를 넘기는 전략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지금도 무역 흑자로 달러를 비축한 국가들이 하나 둘 달러를 빌려 주는 것을 보면 미국의 금융 파워가 쉽게 무너질 리는 만무하다.

달러패권의 종말론이 등장할 때마다 확인된 사실은 “달러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기는 너무 힘들다.” 는 것이었다. 달러를 대신해줄 통화부터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벌써 유로화도 힘을 잃지 않았는가.

영국 파운드화나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도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기엔 기초적인 유통망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달러를 무시할 수 없으며 달러로 인해 한국경제가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때는 다시 2차 외환위기를 겪었다. 미국 주도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면 우리는 언제나 거대한 쓰나미에 온나라가 출렁거렸다.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통화는 대부분 전쟁을 거쳐 패권이 교체되었다. 로마에서 마드리드를 거쳐 런던, 뉴욕으로 옮겨갈 때마다 큰 전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났다. 달러가 아무리 허약해졌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국력이 중국이나 다른 도전국가에 큰 타격을 받기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괜스레 달러패권 종말론에 휘둘려 나라경제를 망칠까 두려워진다.

김종빈 <금융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