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슈마허는 자신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맹목적인 성장지상주의를 통렬히 비판했다. 성장은 인간에게 풍요를 선사했지만, 인간성 파괴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작은 것'을 들여다 봤다. 성장의 논리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 가능한 규모의 경제가 슈마허가 말하는 '작은 경제'다.

이제는 학교도 작아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작은 학교'는 '숫자'의 논리로 접근하는 학교가 아니라 '행복'의 논리로 이해하는 학교여야 한다. 학생은 배우는 즐거움이 있고,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가족 모두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학교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가 우리가 꿈꾸는 '작은 학교'다. 물론 도시의 과밀학급은 숫자의 논리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과연 폐교 위기의 농어촌 소규모학교를 작은 학교라 할 수 있을까?

모순되지만 과밀학급으로 골머리 아픈 도시의 대규모 학교도, 폐교 위기에 몰린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도 모두 진정한 ‘작은 학교’가 아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상당수의 학교가 ‘작은 학교’가 아니다.

왜 학교는 작아지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환경에 따른 교육에서의 차별, 지나친 경쟁, 그 경쟁으로 인한 결과물이 또 큰 차별을 낳기 때문이다. 학교는 경쟁을 위한 주입식 교육에 매몰되었고, 가르치는 보람도 배우는 즐거움도 사라졌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의 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가 매우 힘들다.

다행스럽게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희망의 싹을 키워가면서 학교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 모두가 균등한 교육을 받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고, 창의‧인성 교육에 힘쓰고, 민주적 학교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어촌 교육발전 특별법]과 [작은학교 교육지원 조례] 제정 촉구를 통해 차별없는 교육 실현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자체적으로 독서‧토론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 인성교육에 힘쓰고 있고, 무지개학교를 만들어 작은 학교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최근 기숙형중학교 설립을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와 전남교육청 간의 갈등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좋은 교육을 바라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추진되어 온 기숙형중학교 사업이 학교 통폐합이라는 결과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마치 교육청이 농촌의 ‘작은 학교’를 마구 없애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를 학교 통폐합의 관점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농어촌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설립 추진 과정에서 야기된 지역주민 간의 갈등을 줄이고, 또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도 고려하고, 기숙형중학교가 학교 통폐합을 주도하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게 다른 지역까지 확대하지 않는다는 전제도 중요하리라 본다.

또한, 한번쯤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들여다 보았으면 한다. 과연 우리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어떤 행복을 찾고 어떤 학교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많은 학부모는 과거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들이 대신 이루어주길 바란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의 손에는 부모의 꿈을 이루는 열쇠가 쥐어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내 자식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가르치고 싶고 양질의 학교교육을 받길 원한다. 정상적 교육과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시골의 소규모 학교를 떠나거나 도시의 과밀학급을 피하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경쟁과 차별의 벽을 깨지 못한 채 숫자의 논리로만 작은학교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교육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작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과 차별의 거대한 벽을 함께 허물어가야 한다. 지금 그 벽을 허물기 위한 물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교육가족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출처/전남교육 전 목포 교육장 윤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