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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한 자리에서 자면서 각기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신사업해법이라고 금융권에 제시하고 있는 대책과.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을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최근 국내 금융권은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권역을 불문하고 ‘최악’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경영 실적이 악화일로다. 시중은행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1000억원에 비해 48%나 감소한 1조 1000억 원으로 나타났고, 카드업계 역시 올해 1분기 수익이 반토막나 각종 서비스를 줄이는 등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증권사 경영 악화와 감원 소식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다.

이처럼 금융권 전체의 성장세가 떨어지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수많은 태스크포스(TF)를 남발하며 대책 수립에 나섰다. 하지만 TF에서 내놓은 신성장 동력이나 신사업 부문 대책을 살펴보면 당국과 업계간 온도 차 또는 시각 차가 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할부금융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90여개에 달하는 저축은행 중 할부금융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업체는 아직까지 전무한 상태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할부금융업 특성상 어지간한 대형사가 아닌 경우에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도 지난 5월 디자인권 활용 가능, 빅데이타 활용 신사업 진출 허용 등 4가지 신사업 카드를 받아들었지만 세 달이 넘도록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카드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증권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권사 내 특화 증권사 신설이나 분사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소형사 입장에서 분사를 고려하는 부문은 사내에서 경쟁력이 약한 부분인 경우가 많아 당국이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뒷말이 많다.

국내금융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 홍역을 치렀다. 또 2003년 카드 대란을 겪으며 규제 위주의 정책 계도를 강화하려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전 금융권을 지배하고 있다. 이전 유명무실하던 자기자본비율(BIS)규제나 보험업계 지급여력비율(RBC) 규제 강도를 크게 높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순이익이 반토막 나고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지금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자산 건전성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은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업계와 수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TF를 운영한 결과가 효과 있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김종빈 <금융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