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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9일
<고운석 칼럼> 책, 나를 위해 읽어야 한다
입력시간 : 2013. 09.01. 00:00확대축소


돈이 가득 든 돈주머니보다 책이 가득 쌓인 서재를 갖는 것이 훨씬 낫다. 존 릴리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한데 ‘자기 책 사야 학점 준다는 교수, 등록금도 벅찬데 책 강매까지…, 대학 다니기 정말 힘드네’ 최근 모 유력 일간지 1면 하단에 실린 아포리즘이다.

그리고 같은 신문 사회면에는 <’내 책 산 영수증 내야 학점 준다’는 황당한 교수>라는 제목 아래, 지면의 반을 그 사건(?)에 할애하고 있다. 특종이라도 잡은 기분이었나 보다. 실명과 함께 연세대 마광수 교수의 얼굴사진이 걸려있고, ‘과제물을 제출할 때 그 뒷면에 책을 구입한 영수증을 붙이라’는 강의 계획서 내용까지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난 일색의 학생들 인터뷰 내용으로 기사가 채워져 있음은 물론이다. 마 교수는 꼼짝없이 책을 강매해서 돈을 버는 장사꾼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보아도 지나친 마녀사냥이다.

조금 찬찬히 살펴보자. 우선 문제가 된 두 과목은 모두 교양수업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그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의들에 속한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택해서 듣는 수업이다. 수업까지 강매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없다.

싫으면 수강신청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그 강의를 들을 필요성이 있어서 수강신청을 하는 순간 교수가 교재로 정한 책을 읽는 것은 학생의 의무가 된다. 모두 알고있고 인정하는 현상이지만 학생들은 책을 거의 사지 않는다. 빌려보거나 복사해서 본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보는 학생이면 나은 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내용만 찾아보는 아주 경제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수백명이 수강을 하더라도 정작 책을 사서 보는 학생은 몇십명 될까 말까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것. 그것도 교수 의무의 하나다. 가능한 많은 학생이 책을 사게끔 해서 출판문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만드는 것. 그것도 교수의 의무 중 하나다. 그런데 신문기사에는 ‘자신이 쓰거나 번역한 책을 사도록 하는 일은 대학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까지 들어있다.

교수가 자신이 쓴 책을 사서 보라고 하는 순간, 꼼짝없이 책 장사꾼이 되어버릴 판이다. 강의와 관련된 책을 쓰지않고 남이 쓴 책을 교재로 택하는 교수가 훨씬 훌륭한 교수가 되어버릴 판이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학생들이 도무지 책을 사서 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인가, 아니면 교수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애를 쓰는 것이 더 문제인가? 누구나 자신이 쓰고 선택한 교재를 학생들이 직접 사서 보기를 간절히 원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적극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점잖아서만은 아니다. 책 장사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은 것이다. 그런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라도 학생들에게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읽히려는 용기가 없어서다. 그런데 마 교수는 그 용기를 냈다. 교수가 교재로 정한 책은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는 부수적인 문제다.

한데 최근엔 출판계 책 사재기가 시중의 화두다. 이렇다보니 소설가 황석영 씨가 출판계의 책 사재기 관행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하지만 서울 중앙지검 관계자는 “언론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법리검토를 한 결과,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과 관련한 사항이라 검찰이 현 단계에서 수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씨는 등단 50년작 ‘여울물 소리’가 출판사측의 사재기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절필을 선언하고,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출판계의 책 사재기 관행을 검찰이 수샤해 줄 것을 촉구했던 것. 앞서의 <’내 책 산 영수증 내야 학점 준다’는 황당한 교수>라는 제목도, 책을 많이 읽고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면 이런 일이 어찌 있겠는가.

우리의 언론도 이제는 피와 살이되는 책을 많이 읽도록 홍보하고 방향을 제시하는데 애써야 할 것 같다.

고운석 <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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