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한마디의 말로 하는 타격이 칼로 한번 휘두르는 것보다 더 깊이 찌른다.

한데, 대한민국 여·야 정치인들은 이를 밥 먹듯 하고 있다. 때론 이도 부족해 모함이 난무하더니, 이젠 ‘괴담(怪談)천국이다.

이렇다보니 득과 실이 뚜렸한 이 괴담까지 디자인하고 퍼뜨리고 그것을 진실로 둔갑시켜 정치적·경제적 이해를 관철시키는 괴담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적·대중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괴담 개인 단말기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는 전 국민의 수짜보다 많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뜻이 맞는 전문가·언론·시민단체·정당 들이 손발을 맞춰 괴담을 디자인해 신문과 방송, 인터넷의 거대 포털에 뿌리고 1분에 수백만 건의 메시지가 오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하고 인증하면, 괴담은 믿고 싶은 사람에게는 곧, 진실이 된다.

그러나 괴담 천국의 인프라는 수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있지만 법적 안전성도 포함돼 있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을 만들고 퍼뜨린 자칭 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가운데 어느 누구도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다.

사법부는 이들에게 거의 완벽한 면죄부를 줬다. 괴담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던 인사들은 몇 년 뒤 다시 모여 당시의 영웅담을 회고하는 모임을 가졌다.

그해 여름 세종로 ‘명박산성’에 올라가서 주먹을 흔들어대던 정치인들 어느 누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광주·전남도 괴담 디자인에서 유포와 소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진입 장백도 없고 출구전략의 위험도 없다.

이것이 괴담 비즈니스가 이 땅에 창궐하는 사회적 배경이다.

대중 사회에서 표심을 잡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곧바로 권력과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 이것이 선거철 표 밭갈이와 파업 투쟁을 시작하기 전에 국민의 마음을 흔드는 괴담을 미리 넉넉히 뿌리는 이유다.

괴담의 공격을 받은 측은 반격을 시도하지만, 결국 괴담의 그물에 같혀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일명 전문가·시민단체·언론·정당이 손발을 맞춰 잘 디자인한 괴담 비즈니스의 수익률이 극히 높은 이유다.

인터넷이 대량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한국 사회를 강타해 이제는 전설이 된 김대업 병풍(屛風)사건(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싸울때, 이 후보의 아들이 부정으로 군에가지 않았다

(한일)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괴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등을 돌이켜보면, 정당과 얼론, 시민단체는 진보 대 보수가 아니라’ 괴담 친화적’ 대 ‘괴담 알레르기성’으로 나누는게 더 적절하고 정당한 가치 평가다.

괴담은 허구지만 얼마간의 사실이 들어 있다.

괴담 디자이너들은 이런 사실을 원래의 맥락과 배경에서 벗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아주 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양심적 전문가들이라면 그럴 듯한 스토리에서 사실이 위치한 원 맥락을 복원해 국민에게 진실을 전해야겠지만, 이들 스스로가 괴담 비즈니스의 일원이기 때문에 국민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따라서 괴담의 천적은 신뢰할 수 있고 권위 있는 기관, 전문가의 판단이다.

괴담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공격하는것과 아주 흡사하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적으로 규제하기 힘든 괴담에 대한 대책은 우리 사회의 괴담 면역력을 회복하는 것이고, 그 첩경은 우리 사회 주요 공적기관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떠도는 ‘의료 민영화’란 괴담은 자격조차 없는 괴담이다.

이미 대부분 민간 부문에 속하는 병원들은 어떻게 민영화할 수 있는가? 그러니 괴담 디자이너들은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민영이라고 주장한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언어 조작을’사적 재정의의오류’라고 부른다.

그러나 원가에 못미치는 보험수가를 보전하기위한 행위를 민영화라고 한다면 적자 기업이나 부도 기업은 공기업이라고 불러야 한다. 정부의 의료정책을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런 괴담 비즈니스를 국민은 절대 용납하면 안된다.

6·4지방선거판 괴담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 국민이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