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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4일
<고운석 칼럼>옛 기생들의 행실과 관피아
입력시간 : 2014. 08.28. 00:00확대축소


사람은 천사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천사처럼 행세하려는 사람이 짐승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각기 이름을 달고 행세하는데, 한말 기생 조합인 권번(券番)에는 기생의 행실을 규제하는 엄한 자체규약이 있었다.

20여 가지 위약을 제재하는 형벌이 정해져 있었는데 그중 남의 단골손님을 가로채 시중들었을 경우 등 다섯가지 위약을 했을 때는 만장(滿場)에서 ‘묵명을 한다’고 돼 있다. ‘묵명’이란 이름에 먹칠을 한다는 뜻으로 채선(彩仙) 홍련(紅蓮)이라는 범법자의 기명(妓名)을 쓴 종이에다 여러 기생이 모인 자리에서 먹칠을 한다.

위약자로 하여금 부엌에 가서 솥검정을 손에 묻혀 오도록 하여 그 검정으로 기명을 쓴 종이에 먹칠을 하고 그 손씻은 물을 먹이기도 했다.

결속이 억세었던 보부상(褓負商)단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자체벌칙이 있었다. 위약자를 징벌하는 수단으로 만장에서 위약자의 죄목에 비례해서 아버지 三대조까지의 이름을 주묵, 곧 붉은 글씨로 쓰고 만장의 단체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태워버렸다.

만약 외국사람이 징벌의 진행을 지켜보았다면, 그것이 어떻게 징벌일 수 있는가고 웃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름에 먹칠하고 조상의 이름을 태우는 것으로 그치는 그런 육체적 피해가 없는 징벌이라면 백번 범법을 하겠다고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비록 기생이나 보부상같은 천민일지라도 이름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집념이 있어 곤장을 맞고 린치를 당하는 편을 택하지 이름에 대한 모욕을 거부한다. 이같은 이름에의 집념은 비단 사람이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파란 이름도 조산부로 변했다가 조산원으로, 운전수는 운전사, 기사로, 칙간도 변소에서 화장실로 유동돼 왔으며, 앞으로도 유동돼 나갈 것이다. 물론 인권의식의 발달도 이름의 유동에 영향은 미쳤을 것이나 역시 인권의식이 발달해온 구미에 없는 현상이고 보면 이름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는 한국인 특유의 의식구조가 복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서 이름이 가장 많은 사람이 아마 한국인일 것이다. 보통 한 사람이 네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 그 네개의 이름이 각자 쓰이는 경우와 장소가 다르므로 한국인 이름을 선택해 부르기란 프랑스 동사의 변화보다도 어렵다”한 말, 한국에서 순교한 다브뤼 신부의 글 가운데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인에게는 아명(兒名)·관명(冠名)·자(字)·아호(雅號) 네개의 이름이 있다.

중국인에게도 가명(家名)과 자(字) 두개가 있을 뿐인데, 한국인에게만 유독 이름이 많다.

이것은 이름에 대한 비중을 크게 두고 이름에 대해 민감하기에 그 이름 부르는 한계와 조건을 세분하기 때문이다. 선조(先祖)의 성명에 일세(一世), 이세(二世)를 붙여 값싸게 선조의 이름을 불러대는 서양사람에 비겨 한국인은 선조나 선친의 이름을 입에 하는 것을 부덕이요, 죄악시한다.

그러기에 선조이름을 댈 때는 가령 명수(明洙)일 때 명수라고 부르지 않고 ‘명(明)자 수(洙)자’로 부르거나 심한 경우는 해자(解字)를 해서 “날日에 달月 삼수 水에 붉을 朱자 입니다”라고 해야한다.

선조의 이름을 신성시하는 한국인은 비단 호칭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선조의 이름자가 든 벼슬에까지도 취임(就任)하기를 거부했다.

세종때 유계문(柳季聞)이란 선비가 경기관찰사(京畿觀察使)로 배임받았는데 그의 아버지 이름자인 유관(柳觀)의 관자가 벼슬이름인 관찰사(觀察使)의 관자와 동일하다고 부임을 거부했다. 하는 수 없이 그의아버지가 이름을 바꿔 유관(柳寬)으로 개명한 후에야 부임한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한데 관피아·국피아·법피아 등은 어떠한가. 아무리 벼슬이 높다해도 먹이 부족할 터. 이렇다면 기생들의 행실을 보고, 아버지를 본 자식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어떻게 이야기 할지 궁금하지 않는가.

고운석<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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