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오는 3월 4일이 되면 필자의 님이 떠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지만 자식들의 의견에 의해 제사는 3월22일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12년 간 투병생활을 하던 필자의 님은 결국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야만 했다.

그 동안 암 투병을 허던 ‘님’은 마지막에 한마디 말조차 남기지 못하고 눈을 감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눈시울이 젖어 온다.

살아생전에 ‘님’에게 필자는 같은 동갑나기 이지만 ‘자내[네]’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렇게 쉬운 말 중 하나인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님’을 떠나 보내고 나서 무척 후회스럽다.

그런데 올 겨울 따라 실버들의 사랑 이야기가 더욱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최근 76년간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극장가는 물론이지만 세간의 화재기 된바 있었다. 서로 “여보”라는 표현 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는 호칭은 서로 남같이 느껴지지만 무척 정겨운 표현으로 보이고 있다.

산골 마을 백발 부부의 사랑 이야기가 도시의 청춘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무덤이라고 하는 결혼에서 사랑의 완성을 본 것일까?

일상을 함께 하며 서로를 나누고 서로를 만들어주는 그런 사랑을 동서고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꾸어 왔다. 진정한 사랑만이 참다운 이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식상하리만치 오래된 이 주제는 실천의 현장성으로 인해 늘 새로운 것이 된다. “맛있어요!”, “고마워요.” 하나도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이는 〈님아〉의 사랑은 새로움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 사랑과 이별의 부부 이야기는 고조선의 여옥(麗玉)이 지었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서 백제의 도미(都彌)부부로 이어지고, 잇달아 유사한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그것은 온 백성의 노래에서부터 부부가 은밀히 주고받은 속삭임에 이르기까지, 장르나 규모는 다르지만, 그 정신은 서로 통하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과재(過齋) 김정묵(金正默, 1739~1799)은 죽은 아내 황씨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 “그대는 나와 둘이 합하여 한몸이 되는 가까운 사이요, 서로를 알아주고 어짊을 벗 삼으며 즐거움을 나누는 사이였소. 그대는 이미 죽은 나요, 나는 아직 죽지 않은 그대라.”

삶과 죽음을 사이에 두고 둘은 헤어져 있지만, 죽은 아내와 살아있는 나는 한 몸일 뿐이라는 말이다. 즉 君卽是已死之我也(군즉시이사지아야), 我卽是未死之君也(아즉시미사지군야)! 이는 곧 드라마 속 명대사로 더 유명해진 사랑의 언어 “내 안에 너 있다”를 연상시킨다.

또 하나의 영화 <5일의 마중(Coming Home)〉도 부부의 이야기로 전개 된다.

문화대혁명을 맞아 지식인 남편은 10여 년의 세월을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아내는 하염없이 남편을 기다리지만 결국, 남편은 귀환하고 기억을 상실한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저씨 누구세요?” 아내의 ‘외간 남자’가 된 남편은 이웃에 방을 얻어 ‘동네 아저씨’로 살아간다. 물론 그의 온몸과 마음은 아내를 향해 있다. 5일에 돌아온다는 마지막 편지만을 기억하는 아내는 남편을 마중하러 기차역으로 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월 5일이면 어김없이. 남편은 매월 그날, 아내의 길이 위험할까 멀리서 따라가 지켜본다. 그러다가 아예 자신의 이름 ‘루옌스’가 적힌 아내의 피켓을 나란히 들고 섰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아내가 기다리는 남편을 이제는 남편이 아내를 기다린다는 줄거리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랑은 습관이다. 습관은 노력이다. 그러기 때문에 “저 강을 넘기기 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저 강을 넘은 님은 투병시에 외 아들인 <님>의 아들의 결혼해서 손자를 원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저강을 넘은 님은 지금도 아들의 결혼을 하늘에서 염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재혼은 불허 하면서 좋은 여자친구만을 허용 했다.

글/최재승 <파인뉴스 대표이사. 힐링관광조합 이사장. 화순기자협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