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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자기의 집에서 자기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때문에 쾌락과 궁전 속을 거닐지라도, 언제나 초라하지만 내 집만한 곳은 없다.

한데 5월은 이런 가정의 달이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모두 이 달에 집중되어 있으며, 5월이 일년 중 가정사에 관련된 기념일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선물에만 얽매이지 말고 진실을 담아 소통하는 정서적 교류 시간을 갖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돈만 많이 드는 의례적인 행사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5월을 행사가 많아 경제적 지출이 크고 피곤한 달이라고 기억하지 않으려면 의미 있는 달로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자식과 부모가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정의 달에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가정폭력에서 비롯된 가정의 해체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가정은 자녀와 부부와 부모의 관계로 형성된다. 아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적절한 보호와 지원 속에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가정과 사회의 책무이자 당연히 보호받고 누려야할 아이들의 권리다.

그러나 지금 일부 어린이들은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성장기에 걸맞은 보호는 커녕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사례는 대부분이 방임, 정서학대, 신체학대, 성적학대에 시달린 폭력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들이 이와 같은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부재를 의미한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노인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노인부양의 책임을 가족과 자녀, 특히 장남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자녀가 노인부양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자식들이 부모 모시기를 꺼려하면서 여생을 양로원에서 지내게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심지어 경제적 이유로 부모를 길에 버리는 경우도 생겼다.

이제 노인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은 경제적 빈곤, 건강 문제, 고독감 등 정서적 문제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서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슬프다. 자녀가 부모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중요한 문제도 아예 상의를 하지 않고 결정한다면 서운할 수 밖에 없다.

어른은 한번 되고 아이는 두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기력함을 느끼는 나이에 자식들과 원할한 소통마저 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노인 학대 사례 분석결과, 노인들도 아동과 마찬가지로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받고 있었는데 그 가해자가 아들, 배우자, 딸과 며느리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달을 맞아 자식도리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할 시점이다.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가족행사가 많아 자연스럽게 지출이 늘어난다. 기념일을 그냥 넘길 수도 없고 준비한 선물을 마음에 들어할까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기념일이라고 해서 당연히 선물을 챙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정서적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선물은 의미가 없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한 때이다.

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효도가 될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통해 가족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

고운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