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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광주는 노무현 정부의 문화수도 선포 이후 그 모양새를 갖추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200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광주의 문화수도건설은 이 지역의 문화의 특색, 그리고 뿌리와 근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새로운 문화건설의 몸짓으로 그야말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1995년부터 그 서막을 올린 광주비엔날레는 벌써 6회 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문화수도 건설 속에 점점 한구석으로 밀리는 듯한 상황으로 인해 비엔날레가 갖는 가치 창조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광주는 ‘예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예향이라 함은 예술이 충만한 도시를 의미하기 이전에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를 뜻한다. 즉 예술을 향유하는 계층이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예술을 찾고 나름의 문화를 형성해나갔다고 볼 수 있다. 옛날부터 유배지로 이름이 났던 호남지역의 역사적 특수성은 학덕이 높은 선비와 묵객들을 많이 배출했고 가사문학의 본향으로 정신적 문화적 측면의 예향을 형성했다.

또한 국창 임방울 선생을 비롯한 판소리, 소치 허련을 위시로 한 남종화의 맥이 계속해서 이어진 곳으로 그러한 예술적 분위기는 오지호 선생, 양수아, 강용운 선생을 이어온 지난날의 근 ·현대미술의 중간적 매김에 의해 그 진정한 예술적 정신성의 흐름이 계속되었다.

지질학적으로 좋은 옥토, 그리고 풍부한 일조량을 등에 업은 호남 지방은 본격적으로 문명이 현대화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먹고살기 좋은 고장으로 생활의 미감과 예술적 지견이 높은 여건에서 타 지역과 중앙에서 많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이러한 지리적, 역사적 특수성에 따른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양질의 문화를 형성, 산재한 호남지역은 그 원류부터 타지방에 비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호남문화의 원류에 대한 의문점이 여전히 해갈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류와 시초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가 너무나 갇혀있음을 느낀다. 설명할 수 있는 여건은 분명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현재까지 제대로 연구되어 호남문화예술의 학문적 정리가 지역문화의 특수성으로 계승이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현재의 문화정책과 문화수도의 모양새는 크고 비대해졌지만 실상 그 속은 갑자기 중앙에서 리모콘을 가지고 나타나 TV를 조종하듯 문화정책을 펼친 오늘의 광주의 정책에서 예향을 얼마나 느끼고 실천하며 문화수도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시쳇말로 느닷없기 짝이 없는 지금 우리의 광주를 묻어둔 채 그 위에 문화수도를 건설하려는 새로운 발상이 너무나 우려되어, 오늘의 예향을 현시점에서 되돌아보아야겠다. 동북아 거점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슬로건을 외치기에 앞서 그 근원이나 원류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하지 않을까.

역사적 · 예술적 · 학술적인 면에서 세계로 향하는 문화도시의 확실한 정신적 ·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앞으로 지역 문화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문화로 거듭날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선조들로부터 양질의 유산을 물려받은 후손으로서의 현재 몸담고 있는 예술가의 한 목소리로 우리의 역할을 되짚어 본다.

또한 다음의 후손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하고, 위의 쟁점들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흘려버린다면 이는 그야말로 죄악이 될 것이다.

글=우제길 미술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