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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2일
<고운석 칼럼>월광족과 김영란 법
입력시간 : 2016. 09.22. 00:00확대축소


달 속의 사나이란 말이 있다. 달 속에 초가삼간 짓고 사는 사나이도 아니요, 달 속에 올라가 놀던 이태백이도 아니다.

듣기로는 무척 낭만적이고 시적인 사나이 같지만 그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냄새나는 사나이다.

1백여 년 전만해도 영국의 선거에서는 돈으로 표를 살 수 있었던 것 같으며, 입후보자 가운데는 금권(金權)을 휘두르고자 아르바이트 선거운동원을 고용, 유권자들의 집을 찾아 다니며 금품을 던져놓고 돌아다니게 한 자가 있었던 것 같다.

이 같은 떳떳하지 못한 일을 백주에 하고 다니기가 뭐하기에 달 뜨는 밤을 이용, 돌아다닌다 하여 달 속의 사나이, 곧 월광족(月光族)이 된 것이다.

월광족의 수법은 다양했던 것 같다. 달 밤에 유권자를 만나면 “이것 지난번에 빌린 돈일세” 하거나 “아무개가 전해달라는 편지일세” 하고 돈 봉투를 건네준다든가 부패는 했을망정 월광족은 야음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그 나름대로 양심이라도 있다.

한데 한국의 선거판과 국영기업, 그리고 공직사회 등이 썩을 데로 썩고 있다. 이렇다 보니 ‘김영란 법’까지 태어났는데, 엉뚱한 곳에서 피해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김영란 법’을 의식해 종이 사보(社報)를 잇달아 폐간하면서 인쇄·출판 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김영란 법’이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기업사보까지 언론으로 간주해 발행인(주로 대표이사)과 사보 담당자를 스튜디오, 인쇄소 등 소규모 외주업체들이 일거리를 잃게 생겼다.

사보란 기업·단체의 임직원용 사내보와 외부에도 배포하는 사회보를 총칭한다. 기업과 금융회사, 공공기관, 협회, 사회단체 등이 발행한다.

언론의 뉴스·논평과는 달리 주로 대외홍보, 생활정보, 구성원 소식 등을 전한다.

사보의 유래는 16세기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뉴스레터라고 할 수 있다. 해외소식, 투자 등의 정보를 모아 특정 그룹에 전달하는 것인데 훗날 신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사보는 서양에서도 20세기 초에야 생겨났다. 1980년대 PC보급 이후엔 이메일 뉴스레터가 활성화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보는 조선운송주식회사(대한통운전신)가 1937년 2월 처음 발간한 ‘조운(朝運)’이다. 이 사보엔 사업소개, 시사상식, 직원 수필·여행기, 여성 화장·복식법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겼다.

대한통운이 1964년 재창간한 ‘통운·동아’는 100쪽 분량에 걸쳐 화보를 곁들였고 저명인사 칼럼과 연재소설까지 실어 사실상 월간지나 다름없었다.

사회보의 대명사는 단연 아모레의 미용월간지 ‘향장’이다. 1958년 ‘화장계’로 출발해 1972년부터 ‘향장’으로 이름을 바꾼 뒤 한때 발행부수가 150만부에 달하는 국내최대 인쇄매체였다.

표지모델도 김지미·엄앵란 등 당대 톱배우들이었다. ‘향장’은 여전히 80만부를 발행했다.

사외보의 전성기는 1990년대다. 수천종의 사보가 주간, 월간, 격월간, 계간 등 다양하게 발행돼 우체국이 늘 바빴다. 사보기자를 양성하는 학원까지 성업했을 정도다.

외환위기 이후 비용절감과 정보화 붐으로 대거 폐간하거나 온라인 사보로 전환해 지금은 3000여종만 남았다.

이런 판국에 김영란 법으로 인해 애꿋은 종이사보가 고사할 지경이다. 기타 간행물로 등록된 2259종이 법 적용 대상이다.

황당한 것은 종이사보는 해당되고 전자사보나 비등록 사보는 제외된단다. 기업들로선 이래저래 골치 아프니 수십년 된 사외보를 아예 폐간한다.

이렇다보니 농협이나 축협, 수협 등도 사외보를 폐간해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농촌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김영란 법’에 열악한 국내 1차 산업을 고려해 농수산물만큼은 예외로 허용하고 이것이 어렵다면 상한액을 탄력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한다.

사외보를 통해 고충을 알릴 수도 없으니 접대 관행을 바꾸는 것과 사보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긴 한숨이다.

고 운 석 <시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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