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알래스카를 720만달러에 사들인 수어드의 ‘바보짓’이라던 미국인들이 오늘날은 ‘역사상최고의 거래’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한데 한국의 사드배치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정부가 사드(THAAD)배치를 추진하면서 국내외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우리정부의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가 꼭 필요하다” 입장이지만 중국정부는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까지 탐지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문화 사업과 화장품 등을 겨냥해 경제적 보복 조치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는 우호와 갈등을 반복해왔다.

고대 신라는 중국 당나라와 동맹을 맺어 백제와 고구려를 물리치고 삼국을 통일했다.

하지만 통일 직후에는 당나라가 심한 간섭을 하면서 갈등 관계로 돌아섰다. 최근 군사 장비인 사드를 두고 한·중이 갈등을 겪듯이 당나라와 신라도 첨단 무기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과연 어떤 무기가 두 나라의 충돌을 부른 것일까?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활을 아주 잘 쏘았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이름도 ‘활을 잘 쏜다’는 의미를 갖고 있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명궁으로 유명했다.

이는 산지가 많은 한반도의 지형과 관련이 깊다. 산이 많으면 산성을 쌓고 활을 쏘아 적을 쉽게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좋은 활을 만들고 활쏘기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

당나라는 신라에서 만든 ‘쇠뇌’라는 활을 아주 탐냈다. 쇠뇌는 다른 말로 ‘노’라고도 부르는 데 기록에 따르면 1000보(步·1보는 한 걸음 정도의 거리)거리에 있는 적도 맞출 정도로 사거리가 길었다고 한다.

쇠뇌를 탐낸 당나라 황제 고종은 고구려가 멸망하자 신라에 사신을 보내어 “쇠뇌를 만드는 기술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고구려·백제와 전쟁을 벌이느라 국력을 소비한 신라는 강대했던 당나라의 요구를 물리치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쇠뇌를 만들던 구진천이라는 기술자를 당나라로 보냈다. 당나라에 간 구진천은 고종의 명령을 받고 쇠뇌를 만들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쇠뇌의 성능이 형편 없었다. 1000보 이상 날아가야 할 화살이 고작 30보 정도 날아간 것이었다.

화가 난 고종이 “쇠뇌는 원래 1000보를 날아간다고 하는데 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구진천은 “활의 재료가 불량해서 그런 것 같으니 신라에서 재료를 가져온다면 잘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고종은 다시 신라로 사신을 보내어 “쇠뇌를 만들 나무를 바치라”고 요구했고 이번에도 신라는 어쩔 수 없이 나무를 바쳤다. 고종의 독촉을 받은 구진천은 신라에서 온 나무로 다시 쇠뇌를 만들었다.

다시 만든 쇠뇌는 이전보다 성능이 나아지긴 했지만 화살이 고작 60보를 날아갈 정도로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화가 난 고종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구진천은 “나무가 바다를 건너오며 습기를 머금은 탓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구진천이 일부러 쇠뇌를 제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고종은 “엄한 벌을 받고 싶지 않으면 어서 제대로 된 쇠뇌를 만들라”고 위협했지만 이후에도 구진천은 신라의 쇠뇌만큼 뛰어난 쇠뇌를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 기록에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도 구진천은 신라를 위한 충정으로 쇠뇌 기술을 당나라에 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나라가 쇠뇌를 갖게 될 경우 신라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당나라는 왜 신라의 쇠뇌를 탐냈던 것일까?

신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는 요동지방은 물론 백제 지역까지 자신들이 차지할 속셈이었다.

하지만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이 거세게 저항하면서 계획이 틀어지자 당나라의 활보다 월등히 뛰어나 쇠뇌라도 받아내려 한 것이다. 신라는 결국 전쟁을 벌인 뒤에야 당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완전한 삼국통일과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670년 고구려 부흥군과 손을 잡은 신라가 요동에 있던 당나라 군을 공격하면서 나·당 전쟁에서도 신라의 명품 무기 쇠뇌는 당나라 군을 물리치는 데 큰힘을 보태었다.

한데 미국의 사드배치 반대가 많다. 진짜 수어드와 구진천은 누구일까.

/고 운 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