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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주홍색 소반 가운데에 짙푸른 수박을 올려놓고 손수 쾌도를 빼어 쓱쓱 자르니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닌가” 不亦快哉-김성탄(~1661·중국·청 소설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썰어 먹는 수박은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과일로 신경을 안정시키고 갈증을 풀어주는 여름과일의 왕이다.

수박은 박과에 속하는 일년생 덩굴풀로 아프리카가 원산지.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원나라를 통해 처음 들어왔다. 겉과 속이 다른데다 오랑캐가 가져온 과일이라해서 조선 초까지 선비들은 수박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씌어진 ‘연산군실록’에 수박에 대한 기록이 있는 점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널리 재배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과(西瓜), 수과(水瓜), 한과( 寒瓜)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것은 대부분 원형 수박으로 과육은 붉은색이 많지만 노란색이나 흰색을 띠는 것도 있다.

수박은 비타민 A와 C를 약간 함유하고 있으나 95% 정도가 수분으로 몸속의 노폐물들이 자연스럽게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해준다.

또한 아미노산으로 아르니킨,시트롤린이라는 특수 성분이 있어 부종을 없애고 이뇨작용을 도와 신장염, 방광염, 요도염 등 신장질환에 이용된다.

간에서 효소의 생성을 빠르게 하므로 혈압도 낮추고 알코올을 분해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당분은 쉽게 흡수되는 과당과 포도당으로 구성되어 피로회복에 큰 도움을 주는데 수박 중심부의 빨갛게 잘 익은 부분이 더 많은 양의 당분을 포함하고 있다. 당분 중 환원당은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콜비나제를 억제하는 활동을 한다. 그래서 아스콜비나제를 포함하고 있는 오이나 당근 그 밖의 채소와 함께 먹으면 효과적이다. 하지만 몸의 열을 식히는 청서(淸暑) 작용이 강하므로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한다.

수박은100g에 21kcal의 열량을 내는 저칼로리 식품이다. 비만에 좋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배뇨를 촉진하여 몸의 물렁살인 수분을 제거한다. 해열, 해독작용, 일사병에 먹으면 효력이 있다.

수박은 껍질이 많아 먹을 수 있는 부분이 58 %에 지나지 않지만 한방에서는 과육, 씨앗, 껍질까지 버릴 것이 없는 여름의 선물로 알려져 있다.

흰살부분 60g 에 물 3컵을 넣고 중간불에서 물이 반으로 줄때까지 끓여서 차로 마신다. 이 차를 식후에 물대신 장기적으로 마시면 갈증해소, 당뇨병, 위염에 효과적이고, 입가심하면 구내염 치료에 좋다.

과육보다는 뱉어버리는 수박씨에 더 우수한 성분이 있다. 수박씨에는 당질 41.6%. 지질27.4%, 단백질 18.9% 무기질, 비타민B등이 들어있는 우수한 식품이다. 지질에는 비타민 F가 많아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중국에서는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 전채요리에 이용하기도 한다.

수박씨는 진정작용, 방광염증 완화, 피부를 깨끗하고 윤기나게 한다. 수박씨를 삶아 차로 만들어 이용하면 수박씨에 풍부한 리놀레산이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 우장춘박사가 씨없는 수박재배에 성공해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씨없는 수박은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물러 상품화하지는 못했다.

수박을 고를 때에는 껍질의 색이 선명하고 줄무늬가 뚜렷한 것, 꼭지가 움푹 들어간 것을 선택한다. 또 두드려 보았을 때 맑은 소리가 나며 씨가 검은 것이 싱싱하고 품질이 좋은 것이다.

일반 노지수박보다 하우스 수박의 당도가 더 높다. 수박을 구성하고 있는 과당은 차가워지면 단맛이 증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차게 먹으면 단 과즙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베트남에서는 설날 다복을 점치는 방법으로 수박을 잘라보는 풍속이 있다. 자른 수박의 속이 빨갛게 잘 익었으면 그 해에 복을 받는다고 믿는다.

과일하나에도 부여하는 의미는 다양하지만 크고 잘 익은 것을 선호하는 것은 같다.

김정숙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김치발효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