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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속에 자란 인고의 오동나무 | 광주시 서구 양동 171 벽돌 건물 | | | 입력시간 : 2017. 05.14. 00:00 |   |
어느 날 작은 씨앗 하나가 날아와 담벼락 사이에 새 생명을 피웠다. 39년 전의 일이었다. 작은 먼지들이 쌓인 틈새에서 발아한 씨앗은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끝까지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동나무가 태어나 살고 있는 곳은 광주광역시 서구 양2동 171번지 3층 벽돌건물 난간이다. 인고의 세월이었다. 먹어야 할 영양분도 뿌리를 내려야 할 흙도 없다. 오직 붉은 흙벽돌뿐이다.
주어진 조건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밖에 없다. 더구나 겨울이면 찬바람이 몰아치고 눈까지 내려 오동나무를 괴롭힌다. 그러나 오동나무는 지금까지 버티어 왔다. 그것도 ‘삶’하나로......
생명에 대한 외경심까지 느끼게 하는 이 외로운 한 그루 오동나무는 활짝 편 잎사귀로 마음껏 존재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한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오동나무는 태어나면서부터 깨달았던 것이다.
위태로운 난간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동나무는 활짝 웃고 있는 듯 싱그러워 보인다.
작은 고난이나 슬픔이 닥쳤을 때 우리는 너무도 쉽게 좌절하거나 무릎을 꿇고 만다. 비록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오동나무 한 그루일지라도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할 줄 아는 참된 모습 앞에서 우리는 너무도 부끄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비록 위태로운 난간일지라도 씩씩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오동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었다. 오동나무의 열매 속에 오동나무의 희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우리가 이 땅에 살아서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희망은 있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기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고 웃어 보자. 담벼락 난간에 선 오동나무 한 그루가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끝까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원초적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5.18을 맞았다 광주의 피와 같이 태어난 이 오동나무는 영원히 죽지않을 것이다.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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