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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 20년이 지났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갑자기 찾아온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기면서 국가 부도의 우려가 심각한 실정에 이르렀다.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문을 닫고, 대량실업으로 수십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 집값은 곤두박질을 하고, 물가는 치솟는 바람에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이렇게 되면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구조개혁에 나서고 국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3년 8개월 만에 구제 금융을 전액 상환하고 이른바 IMF사태에서 조기 졸업한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외환보유액은 당시 200억 달러에서 현재는 3800억 달러로 20배 가까이 늘면서, 국가신용등급도 당시보다 무려 11개 단계나 올라 일본보다도 높아 지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대외 건전성은 개선됐지만 경제 활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96년 경제성장률이 7.6%를 기록했으나 그 이후 2-3%대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8.6%로 1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빈부격차 등 양극화 역시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자칫 일본처럼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MF는 최근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0% 수준이라며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말대로 지금 우리의 주력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을 추진해서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야 위기가 닥쳤을 때 더욱 강해지는 경제 체질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경제 성장률은 높아가지만 청년실업 악화일로에 있다.

청년실업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청년층 실업자는 37만여 명으로 실업률은 8.6%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대 후반층의 실업률은 9.3%로 전체 실업률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전체 고용지표와 경제지표는 다소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청년층 실업률만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정부가 일자리를 위해 11조 원의 추경예산을 투입했지만 대부분 건설과 공공부문 등 단기적인 근로로, 애당초 청년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제조업 분야는 수출 증가 등 경기 호조세에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7월 5만 명에서 한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2만 명 대에 멈춰서 있다.

대졸자들이 몰리는 대기업 정규직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지 않는 게 요인이다. 일단 채용하면 해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노동정책도 신규채용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수출이 잘 되고 있는 반도체와 화학 등의 업종은 대부분 장치산업으로 고용효과는 적다.

이래저래 청년실업이 개선되기 힘든 실정이다. IMF도 최근 무엇보다 노동유연성을 권고하며, 한국은 지금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눈높이도 좀 낮춰야 한다. 80% 가까운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으나, 청년들의 공기업과 대기업 선호도는 50%에 이를 정도로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IT 발전과 스마트 공장 확대 등으로 청년층 일자리 감소는 우리나라의 고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사람이 없어서 일자리를 골라서 가고 있고, 우리 청년들에게도 손을 뻗치고 있다.

부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단기간 내 성과는 어렵더라도 노동개혁 등 근본적 처방으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찾아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