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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일
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인생
'황금빛', 이례적으로 20대의 전폭적 지지 받는 까닭
‘황금빛 내 인생’ 신혜선의 무표정한 얼굴이 대변하는 것
입력시간 : 2018. 01.29. 00:00확대축소


시청률 40퍼센트를 넘나드는 KBS 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은 기존의 KBS 주말극과 약간은 다른 패턴을 보인다. 특이하게도 20대가 <황금빛 내 인생>의 시청률에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족극의 색깔을 띠는 KBS 주말극 치고는 이례적인 현상인 셈이다.

비단 <황금빛 내 인생>의 여주인공 서지안(신혜선)이 28세의 사회초년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초년생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사실 넘쳐나고, 이들을 통해 보여주려는 대한민국 청춘의 현실도 이제는 구태의연한 면이 많다. 청춘의 어려움은 한때이니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시오. 실은 이런 위로는 사실 로또 한 장만큼의 위안도 주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황금빛 내 인생>의 여주인공 서지안이 품고 있는 청춘의 현실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지안은 사실 소위 ‘루저’라고 말하는 실패한 청춘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녀는 착하고 똑똑한 장녀고, 어쩌면 그 장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본인이 꿈꾸던 조각가를 포기한 인물이다. 그 후 그녀는 꿈을 잃은 대신 사회적인 성공을 얻기 위해 악착같이 달린다.

서지안이 20대의 생생한 청춘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녀는 그 세대의 평범한 또래들처럼 작은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들은 안타깝게도 더는 부모세대처럼 노력만하면 승승장구 성공을 보장받는 세대가 아니다. 누구나 노력하고, 누군가는 좀 더 노력하지만, 결국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눈곱만큼의 자리에 불과하다. 그들은 별 것 아닌 그 평범한 삶을 사는 성공에 매달리는 것이 초라하게 느껴지지만, 그마저도 놓치면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루저와 평범한 인생의 차이가 검지와 엄지의 거리마냥 아주 가까운 것이다.

서지안 역시 그녀의 힘으로 할 수 있던 성공은 대기업의 계약직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 성공의 결말로 정규직을 꿈꿨지만, 낙하산으로 들어온 동창 때문에 그녀는 회사에서 잘린다. 좌절의 순간에 서지안에게는 운명의 변화가 찾아온다. 알고 보니 본인이 주워온 아이였고 재벌가해성그룹의 잃어버린 아이였다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진다.

<황금빛 내 인생>의 진짜 스토리는 서지안이 재벌가의 황금핏줄 아닌 엄마의 작전에 의해 황금색을 덧칠한 위장핏줄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일 거다. <황금빛 내 인생>은 서지안이 금테 두른 삶을 씻어내고 평범함보다 못했던 본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과정을 길고 지난하게 그린다. 그럼에도 편의점 알바보다 안전하고 인간적인 드라마 속 ‘김 노예’ 알바 덕에 그녀는 위기를 넘기고 친구 선우혁(이태환)의 도움으로 공방에서 일하며 차츰차츰 원래의 그녀로 돌아간다.

물론 서지안처럼 재벌가의 딸이 되었다가 버려지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황금빛 삶에 발을 디뎠다 다시 낙오하는 삶은 생각보다 흔한 풍경이다. 정규직으로 채용해줄 것처럼 인턴으로 끌어들였다가 다 쓴 건전지처럼 내버리는 조직의 뻔뻔한 민낯. 있는 돈 없는 돈 긁어 가상화폐에 투자해 황금빛 폭등을 경험하고 곧바로 폭락으로 지옥에서의 한 철을 보내는 순간 같은 것들이 그러할 터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과정을 겪은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은 평소의 모습으로 의연하게 돌아간다. 드라마 속 그녀는 누구보다 강해 보인다. 더 이상 재벌가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할 말은 하고, 남들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공방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평범한 20대의 나이에 철의 여인 잔다르크가 될 수는 없는 법. 그런 점에서 <황금빛 내 인생> 37회에서 서지안과 노명희(나영희)가 붙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서지안을 찾아와 대뜸 노명희는 최도경(박시후)을 꼬드겼느냐고 따져 물으며 그녀를 코너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서지안은 겁먹지 않고 따박따최도경과 아무 사이도 아니고 다시는 해성그룹과 엮이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서지안과 헤어진 뒤 노명희는 혀를 내두르며 뭐가 그렇게 당차고 뻔뻔한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푸념을 늘어놓는다.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과 흡사하다. 20대의 신입직원에 대해 뭐가 그리 당당해서 따박따박 할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선배직원들의 뒷말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노명희와 헤어진 뒤 혼자 남은 서지안의 모습도 보여준다. 서지안은 겁에 질린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서지안의 얼굴은 지금의 청춘의 얼굴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한 컷이다. 그들은 윗세대보다 똑똑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말할 능력이 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내면의 어린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울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누군가 울고 있는 그들을 이용하려 들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까운 가족조차 울고 있는 그들을 지켜줄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이미 깨달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우는 대신 차라리 무표정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들 대신 마음껏 웃고 우는 것은 그들의 스마트폰 속 이모티콘들이 대신한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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