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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전직 구청장이 지방 의원에게 주어진 ‘재량사업비’의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단면을 고백했다. 일부 지방의원이 특정인이나 단체에 특혜를 주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특정 업자의 이권을 위해 사용되면서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실제 전직 구청장 A 씨는 광주 모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재량사업비라는 게 의원들의 ‘생색 사업비’”라면서 “정말 긴급한 곳에 쓰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일부 의원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소진된다”고 말했다.

그가 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광주시는 그 자치구에 지역구를 둔 광주시 의원에게 2억 원, 구의회 의장에게 1억 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구의원에게도 3000만~5000만 원이 배정됐다. 여기에 구청장이 쓸 수 있는 예산도 1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집행은 대부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당장 그는 업자가 의원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 뒤 구청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의원들은 재량사업비를 활용해 사조직을 만들어 선거에 동원하는 사례도 접했다고 폭로했다.

재량사업비로 활용되는 특별조정교부금의 사용도 소규모 도로나 체육시설, 경로당, 주민자치 지원 등에 집중돼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한다. 일부지만 주민들의 혈세가 지방의원의 선거나 이권의 대상으로 전락한 셈이다.

집행부의 눈치를 보며 예산을 확보한 지방의회가 시정이나 구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없는 일이다. 의회가 집행부에 부탁해 자신의 이권이나 선거운동에 활용할 예산을 타내는 것도 지방자치의 취지에 어긋난다. 민선 7기가 시작된 지금부터라도 지방의회는 잘못된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 재량사업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자치단체의 살림을 좀먹고 효율성마저 떨어지는 재량사업비야말로 우리 사회를 좀먹는 중요한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