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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8월 강 모씨가 경북 경주경찰서를 찾아가 서장에게 “내가 이강석”이라고 사칭한 데서 비롯했다. 이강석은 이기붕 국회의장의 친아들로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양아들로 보내졌다.

경주서장은 이 말을 믿고 강씨를 극진히 대접하고 경주관광을 시켜줬다. 이강석과 친분이 있던 경남도지사의 아들에게 가짜라는게 들통나 3일만에 체포됐다.

강씨는 “서울에서 이강석이 헌병의 뺨을 치고 행패를 부리는데 아무일도 없어 흉내 내본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쉬쉬하며 이 사건을 숨겼지만 결국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한데 2014년에 ‘가짜 이강석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때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48)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데 그중 맏형격이었다.

그는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 계속 보좌해왔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57)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이다. 조 장로를 보낼테니 취업을 시켜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조씨는 대우건설 사장실을 찾아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보내서 온 조 장로다. 대우건설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학력과 이력 등 지원서에 담긴 내용은 모두 꾸며낸 것이었다. 대우건설은 이 말만 믿고 조씨를 당시 8월 1년 기간의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부장직급이었다. 청와대에 확인도 하지 않았다.

조씨는 대우건설의 한 분양사무소에 출근하며 월급으로 500~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세 탈이났다. 일을 지시하면 문제가 생겼고, 수시로 결근을 하는 등 근태도 좋지 않았다.

참다못한 대우건설측은 2014년 6월 말 조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7월말 대우건설을 퇴사한 조씨는 이번엔 KT를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KT 황창규 회장은 청와대에 확인하는 바람에 거짓이 들통. 민정수석실에 신고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 사건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이첩했고, 검찰은 조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데 최근에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걸렸는데 수법은 이랬다.

“대통령 생신때 만나서 당신 얘기 했어요.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서 신경 써 달라고 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 모씨(49·구속)가 돈을 뜯어내기 위해 윤 전 광주시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12월10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김씨는 윤 전 시장이 자신을 권여사로 믿도록 하고 공천에 이득을 주겠다고 속이기 위해 대통령과 당대표, 경쟁 후보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윤 전 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 9월 말까지 통화를 12번 하고, 문자를 268번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자 상당수는 윤 전 시장의 ‘공천’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21일 윤 전 시장에게 “딸 사업자금이 필요하다. 5억원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최초로 통화를 했다. 김씨는 이 통화에서 윤 전 시장에게 재선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윤 전 시장은 같은달 26일과 29일 각각 현금 2억원과 1억원을 김씨 어머니 통장으로 송금했다. 29일에 보낸 것은 지인에게 빌려서 보낸 돈이다. 김씨는 1월말 “이용섭 후보와 통화했고, 선거 출마를 만류했으며 이를 알아들은 듯 했다”는 문자를 보낸 데 이어 “이용섭 후보를 주저앉혔다. 큰 산을 넘었다”는 문자를 추가로 보냈다.

이에 윤 시장은 1월5일 1억원과 1월 31일 5000만원을 각각 추가로 송금했다.

정치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김씨가 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인물과 상대 후보를 모두 정리해 주는 것처럼 윤 전 시장을 속인 것이다.

윤 전 시장은 그동안 “공천을 대가로 돈을 보내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가짜 권양숙 여사에게 속은 것은 분명하다.

/고운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