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즘 공교육의 붕괴를 많은 교사들은 마치 나의 책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가정교육의 부재’, ‘사회의 가치 혼란’, ‘학교 교육의 부실’로 보는 데는 일치하나 그 해결이나 책임자로서 교사 요인을 외면하기 일쑤다.

이는 교육의 주체자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 생각된다. 정말 공교육의 정상화와 교육의 본질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책임있는 교육적 의지가 필요하다. 즉 弟子愛, 敎職愛, 眞理愛를 발휘할 때 학급붕괴와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첫째의 길은 가르침을 받는 자에 대한 사랑이다. 오천석은 제자에 대한 사랑이 없는 학교는 정서적으로 죽은 학교라고 하였다.

사랑은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과의 마음 사이에 놓이는 다리다. 이 사랑이라는 다리를 통하여 오감이 없으면 두 마음을 교통하는 길이 끊기고 만다. 이 길이 있으며 두 마음은 연결되고 참된 주고받음이 있을 수 있다. 이 다리가 결려 있으매, 두 마음 사이에 따뜻한 교섭이 있을 수 있다. 이 통로를 거쳐서만 한 인격이 다른 인격에 부딪칠 수 있고 마음의 공감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의 사랑은 어머니가 자식을 향하여 가지는 감정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어머니의 사랑은 혈연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느낌이다. 이것은 거의 맹목적이요. 무의도적인 사랑이다. 사랑 없는 교실은 마치 물건을 만드는 공장과도 같은 곳이다. 기계를 돌려 상품을 제작하는 비정의 작업장에 지나지 않는다. 사리에 이끌려 노동이 강요되는 비인간적 직장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키는 교실은 이와 같은 한기가 도는 살벌한 곳이 될 수는 없다. 따뜻한 사랑의 훈풍이 감도는 온정의 교실이 될 때, 비로소 참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직에 대한 애착이다.

교사의 제자 사랑은 그가 하고 있는 ‘가르치는 일’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교직은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부과된 직업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요, 우리 자신의 양심의 부름을 받아 짊어진 십자가다. 소명감에 심금을 울려 우리 스스로가 자진하여 걸머진 짐이다. 밖으로부터 우리가 받은 노동이 아니라 안으로부터 우리 자신이 우리에게 준 작업이다.

그러므로 교직은 노동의 대가를 위하여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봉헌한 과업이다.

따라서 이것은 물질적 보수를 목적으로 강요되어 수행되는 노동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의 모든 정열을 바치는 봉사다. 가르침에서 행복을 느끼며 아동의 성장에서 기쁨을 찾는 섬김이다. 기계적인 말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

이것은 소리의 전달에 불과하다. 오직 말에 정열이 끓고 있을 때 비로소 듣는 자에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감화를 줄 수 있다.

끝으로 공교육 정상화는 진리에의 사랑을 통해 이루어진다. 제자를 사랑하는 교사가 앞장서서 배우려는 학문열에서 나타나야 한다.

교사는 진리의 영원한 추구자다. 세계가 숨기고 있는 비밀의 발견자요, 인간 사회의 질서와 개인 행위의 기준이 되는 가치의 탐구자며, 최상의 생명의 비결을 탐색하는 구도자다.

그는 베이컨의 말한 각종 ‘우상’에서 해방되어 참을 발견하고 따르기에 목마른 사슴과 같은 사람이다. 거짓을 미워하고 허위를 증오하며 부정을 혐오하는 사람이다. 진리를 찾아 쉴 줄을 모른 사람이며 허위를 파헤치기에 용감한 사람이요, 불의를 깨뜨리기 위한 헌신하는 사람이다.

결국 공교육 정상화는 교사가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여 공교육을 신뢰하고 그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국민적 의지에 달려 있다. 교사 사기를 높이는 일관적인 교육정책과 교직 문화를 스스로 갱신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교육비의 과다 지출이 공교육의 불신에서 오기보다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해준다는 개방적 시각도 요구된다. 모든 교직자가 학생의 자아실현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적 관심으로 교실에서부터 조그만 제자 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정재-전 광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