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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의 한담] 궁궐(宮闕)에 불이 난 후 | | | 입력시간 : 2019. 11.22. 00:00 |   |
쥐새끼 한 마리도 얼씬하지 못할 정도로 경비가 사뭇 삼엄하던 궁정에 별안간(瞥眼間) 대낮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세찬 불길은 삽시간에 궁정(宮廷)을 거의 다 삼켜버렸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황급히 궁정으로 뛰어온 신하(臣下)들은 그만 아연해졌다.
밖에서는 열 수가 없는 그러니까 궁정으로 통하는 유일(唯一)한 대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서는 아직도 애처로운 비명(悲鳴)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송인종(宋仁宗)의 생사가 걱정된 신하들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알아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삐걱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육중한 대문이 서서히 열리며 황제(皇帝)의 수레가 모습을 나타냈다. 황제 만세! 만만세!
황제의 수레는 곧 황제의 건재함을 상징(象徵)하였으므로 신하들은 얼른 무릎을 꿇고 절하며 울먹이는 소리로 일제히 외쳤다. 그런데 오직 여세만(吕世晩)은 황제의 만세를 외치기는커녕 엎드르지도 않은 채 똑바로 서서 황제의 수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허! 저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놈은 왜 엎드리질 않느냐?
황제의 목소리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부하가 재빨리 여세만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당신은 왜 이렇게 도도한 자세로 서 있는 거요?
여세만이 대답했다.
궁정에 변고가 생겼으니 신하는 전하의 얼굴을 보아야 시름을 놓을 수 있습니다.
그 순간(瞬間) 황제는 그 무엇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황제는 수레의 창문(窓門)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무사하니 다들 그만 일어 나거라
예
라고 여러 신하들이 대답을 하며 몸을 일으키는데 이때야 비로소 여세만은 시름을 놓은 듯 천천히 엎드려 절을 올렸다. 그 후 송인종은 여세만을 둘도 없는 인재(人才)라고 높이 평가하며 그를 재상(宰相)자리에 앉혔다.
/강원구<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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