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봉오동 전투’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78년 만에 이억만리 타향에서 고국으로 귀환했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대첩의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귀환은 우리 국민들에게 독립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대한민국에게 일본은 어떤 의미일까? 혹자는 일본에게는 ‘가위, 바위, 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한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를 취하자, 국가가 나서기도 전에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였고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필자도 뜻을 같이하여 최근 화순군의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보조금 지원사업시 일본 제품 구입자제와 국산제품 구입권장을 촉구한 바 있다. 홍범도 장군께서 고국의 땅에 영면하신 것을 계기로 필자가 살고 있는 화순 지역에서 독립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행정구역으로서의 화순군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조성되었다. 본래 조선시대때는 우리 고유의 행정구역으로 능주목, 동복현, 화순현(행정구역 명칭은 시기에 따라 계속 바뀌므로 이 글에서는 ‘능주’,‘동복’,‘화순’이라 함)이 있었다.

능주, 동복, 화순에는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선현의 제사를 지내는 선비정신을 대표하는 향교가 있었다. 향교는 교육시설이기에 사람의 거주가 많은 지역, 특히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가 많은 도시 중심부에 설립되었다. 능주향교가 1392년 조선 태조 때 건립된 화순 최고(最古)의 향교임을 감안했을 때 능주는 조선전기 이전부터 호남지역 선비정신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 진다.

특히, 능주의 선비정신은 임진왜란 때 빛을 발했는데, 선비들은 위기를 맞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지도자로서 백성들에게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여 의병부대를 창의하였다. 의병부대는 진주성 전투에 참전하였고 조선수군에 군량미를 조달하는 등 왜군을 격퇴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임진왜란 이후 능주는 능성현에서 능주목으로 격상되며 호남지역 선비정신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었다.

그러나 1914년 일제는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명분아래 많은 지역을 난도질 했다. 특히 임진왜란 때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의병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인 능주는 일제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 기세를 꺾어 놓아야 할 지역이었다. 따라서 능주는 일제에 의해 화순군으로 편입되었고, 선비정신으로 대표되는 독자적인 지역성이 퇴색되게 된다.

우리는 지금도 일제가 정리한 행정구역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살아오고 있다. 현재의 능주를 옛 조선시대 능주목과 구한말의 능주군의 행정구역으로 되돌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필자는 일제강점기 전 능주의 지역 정체성인 선비정신을 이어 나가고 지역적인 특색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과거 일제에게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진정한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능주의 선비정신을 지역적 특색으로 재정립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 「영벽강선비문화벨트」를 조성할 것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옛 조선시대 능주목(綾州牧)에 즐비한 선비문화를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도록 탐방로를 개척하거나 정비하여야 한다. 능주에는 과거 선비문화 중심지로서 위상을 나타내는 선비문화 유적이 즐비하다. 능주 영벽강변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연주산의 운치를 즐기며 시를 읊던 영벽정과 선비들이 심신수양을 했던 활터가 있으며, 선비정신의 바탕이 되는 성리학의 창시자 주자를 모신 주자묘, 지역의 유학 교육을 담당했던 능주향교, 조선의 개혁을 꿈꿨던 조광조 사당, 죽수서원, 삼충각이 대표적인 유적이다.

능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선비문화 유적을 쉽고 편하게 방문하여 당시 선비의 삶과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야 하므로, 동선은 효율적이면서도 선비문화의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탐방 코스에 관광객들의 흥미를 돋울 작은 체험관이나 전시관을 조성할 수 있다.

둘째, 과거 선비들이 영벽강변에서 문화생활을 즐겼듯이, 우리도 영벽강변에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코로나19시대의 문화아이콘인 자동차극장을 영벽강변의 넓은 뜰(한천면 모산리 옛 쓰레기매립장)에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1년 반이상 지속되고 있어 대중들은 타인과 접촉을 최대한 피하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화순 인근의 자동차 극장은 광주패밀리랜드 자동차극장이 유일하기 때문에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은 화순, 광주 동구·남구, 보성, 고흥, 장흥 등 인근 거주자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서 제안한 선비문화유적 탐방을 완료한 관광객에게는 자동차극장 관람 할인을 해주는 등 패키지화도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극장을 낮에는 탐방객들의 주차장으로 활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능주, 한천, 이양, 청풍, 춘양 등 옛 능주목 지역은 물론, 화순군 전체를 연계한 관광지로 발길이 이어져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함평군에서는 지난 1월 자동차극장을 개장하여 7개월여 만에 7천500대가 방문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대중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한 결과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 화순군도 발 빠르게 코로나19라는 재앙 속에서도 블루오션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범도 장군 유해 고국 귀환을 계기로 우리 지역사회에서 진정한 독립의 의미를 고민해 보았다. 일제에 의해 잃어버린 우리 지역 선비문화를 현대적인 의미로 되찾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으로 「영벽강선비문화벨트」조성사업을 제안하였다.

실제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화순군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다양한 노력을 통해 우리 지역이 선비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윤영민 화순군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