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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심. 극도의 긴장과 경쟁이 공존하는 도시생활.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짓밟기도 하고, 살아남기 위해 때론 자신의 소신과 상관없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쉽게 떠나지 못한다.

무등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전라남도 화순군 안심마을. 이 곳에 과감히 도심을 버리고 산속 생활을 선택한 특별한 가족이 살고 있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딱 벌어진 어깨때문에 자칭 타칭 ‘털보 산적’으로 불리는 주정필(49)씨와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에 커다란 안경, 사춘기 소녀 같은 ‘산적의 아낙’ 양선자(51)씨.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무남독녀로 태어난 수진(25)씨가 그 주인공이다.

9년 전 ‘IMF’ 당시 사업이 힘들어지자 주씨의 부부는 딸을 홀로 도시에 남겨두고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귀농을 결심하기 까지 적잖은 고민이 따랐지만 무엇보다도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주씨 부부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딸을 남겨둔 채 화순으로 내려왔다. 수진씨는 오랜 세월동안 부모와 떨어져 ‘나홀로’ 생활했고 이를 통해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녹록치 않은지 깨닫게 됐다. 지난해. 도시 번화가와 어울리는 외모의 소유자인 수진씨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 ‘산적의 딸’이 되기로 결심했다. 부모가 일궈놓은 산속 터전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어서였다.

수진씨의 산적 수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잘 할 수 있다’고 ‘아빠보다 훨씬 나은 산적이 되겠다’고 큰소리를 쳤던 수진씨. 그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에 닭 모이 주는 것으로 시작돼 해가 지기 전까지 끝날 줄을 모른다. 양계장에 짚 깔기며 달걀 꺼내기, 닭에게 물주는 일이며 양계장 청소, 집안 청소와 장작 패기, 주변 풀 뜯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집에 돌아오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들이 주씨의 가족을 반긴다. 도시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여유와 정겨움. 이들 가족은 산 속에서 삶의 진정한 ‘재미’와 ‘행복’을 맛보며 살아간다.

이들 가족은 산속 생활을 통해 ‘욕심’을 버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을 통해 저절로 얻어지는 풍요로움이 이들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복잡한 도시에서 맛볼 수 없었던 삶의 여유와 즐거움. 이들은 도시인에 비해 가진 게 없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풍요롭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달. 그리고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자연이 모두 친구인 이들의 삶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KBS 인간극장 ‘산적의 딸’에서 만날 수 있다.

제공= 흥국생명 세상엿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