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공부’하세요. ‘공부법’을 왜 공부하나요? | | | 입력시간 : 2023. 08.14. 15:56 |   |
 | ▲ 공자님 논어(論語) 첫 대목, 배우고(學) 때로 익히면(習), 이게 공부다. 학습, 學과 習은 새의 양 날개와 같다. (위키백과 사진) |
| 공부의 비법(祕法)? 몰입(沒入)의 방법 알면 잘한단다. 머릿속에 서랍을 들여 차곡차곡 쌓으면 기억력이 증진된단다. 책방에 공부법 책, 폰에 공부요령 (광고) 쌔고쌨다. 요는, 공부법 따로 배우고 과외도 한다는 것이다. 소위 ‘수월성’ 차별화 교육의 방법이라고 한다.
축구장 얘기다. ‘닥공’이라고 했다. 무슨 소린가 물었더니 ‘닥치고 공격’이란 유행어였다. 여러 전술(戰術) 전략(戰略) 있겠지만, 압도적인 기세(氣勢)의 공격을 이길 궁리는, 없다.
그 닥공은 ‘닥치고 공부’로도 같다. 개인의 역량이나 기초의 차이는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기 위해 ‘준비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냥 하면 된다. 연필 깎다, 노트북 부팅하다 딴짓으로 안 빠지면 된다. ‘망건 쓰다 장 파(罷)한다’는 속담도 있다. 준비공부 말고, 닥공, 그냥 공부하라. 돌진하라.
글쓰기 강의나 글쓰기 교재 ‘시장’이 호황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 말 닥공 생각을 했다. 공부나 축구와도 하나 다르지 않다. 글은, 그냥 쓰면 된다. 들키지 않게 잘 베끼는 (범죄)요령을 배워준다면 몰라도, 글쓰기를 잘 하도록 가르쳐준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축구도, 공부도, 글쓰기도 잘 해서 (힘은 안 들이고) 남을 추월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원칙대로 하면 된다. 닥공 말고 뭔가 ‘달콤한 것’을 주겠다는 제안이나 시도는 사이비(似而非)다. 그럴싸하나 (참이) 아닌 것이다. 내 약점을 노린다. ‘공범’되기를 유도하기 일쑤다.
필요나 내용 없는 걸 팔려고 떠벌이는 장삿속은 사기다. 고소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시간 낭비다. 바른 방법을 쓰면 더 많이 얻는다. 경제용어로 기회비용(機會費用)이다.
저런 강의에 참여하거나 교재에 의존하는 이들의 심리는 미묘한 데가 있다. 가령 교양강좌를 들으면 교양인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그렇다. 사이비들은, 사기도 그걸 노린다. 웃고 떠들고 나서 강의실을 떠나거나 노트북을 닫을 때면, 이미 머리에 없다.
의무감이나 열망이 없는 ‘공부’라서 그런 것이다. 호사 취미라고도 하더라. 몇천만 원 들고 명품가방 향해 오픈런하는 군상들의 취향보다야 고상하겠지만, 고칠 점 없지 않다. 마음을 바꿔야 한다. ‘쉽게 얻은 것, 쉽게 잃는다’는 서양 말은 철칙이다. 배웠으면 ‘익혀야’ 공부다.
‘학습’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로 풀자. 공자님 논어 첫 대목, 배우고(學而) 이를(之) 때때로 익히면(時習)의 뜻. 기쁘지 아니한가(不亦說乎 불역열호)라는 말로 이어진다. 이 말은 외우자.
잘 살필 대목이다. 우리(요즘)의 공부나 강의에서 우리는 ‘배워주는 것’을 듣기만 했지, 때로 익히는 시습(時習)을 하지 않는다. 익힐 시간이나 여유도 없는 것일까? 공부는 남이 해주는 거야? 방법이 바뀌었어?
배운 것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사색(思索)과 반성(反省)이 더해져 큰 지식과 통찰이 되는 것을 잊었던 것이겠다. 다 아는 얘기지만, 이게 공부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다.
학원 한 번 못 다녀 공부가 부실한 이 사람도, 복습(復習)이 예습(豫習)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지금도) 뼈저리게 안다. 하루 이틀 게으름 부려도 ‘혀에 가시가 돋고’(안중근 장군 서예 작품 인용) 나만 뒤처지는 듯해서 초조하다.
예습과 복습만으로도 얼마나 바쁜가? 공부법을 공부할 엄두를 내다니, 시간이 남아도나. ‘바로(지금) 하라’는 스포츠용품 상표 ‘Just do it’은, 바로 ‘닥공’ 아니던가. 내일 또는 다음 말고 바로 ‘지금’이다.
예외적 생각, 글쓰기 또는 베끼기 요령 ‘공부’ 말고, 좋은 뜻 지닌 작가(사람)의 멋진 마음의 행로를 따라가는 공부(강의)라면 백번 좋겠다. ‘인간’을 배우면 글은 마음이 꺼내주느니.
강상헌 / 미래서원 원장·언론인
파인뉴스 기자 470choi@hanmai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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