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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화순이 많이 변했다 | | | 입력시간 : 2024. 02.07. 00:00 |   |
너릿재를 지나 화순에 들어서면 언제나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전망이 방문객을 반겨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화순읍 시야에서 확 트인 전망과 상쾌한 느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릿재를 넘어와 시가지에 접어들면서 느꼈던 포근하고 정다운 느낌보다 뭔가 위압적인 힘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화순읍 시가지에 서로 기대어 옹기종기 모여있던 건물들 사이로 30층 이상의 삐죽 솟은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시가지의 관문에서부터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화순의 심장부에 솟아있는 고층아파트는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자못 위압적이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아직도 아파트가 모자라는 것인지 지금도 지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고층아파트가 계속 들어설 예정이라 한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부족한 주택수요를 위한 것인지, 인구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지도 의아하다.
우리 지역의 인구추이에 의하면 꾸준히 감소하는 인구수를 볼 때 아파트의 공급과 인구변화가 정비례하는 것 같지도 않다. 끊임없는 택지개발과 아파트 건설이 토건 자본의 자본증식과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관성적이고 무의식적인 개발주의 철학의 소산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수의 현대인들은 가장 이상적인 도시의 형태를 논할 때 흔히 전원도시(Garden City)라고 얘기한다. 도시계획학에서 얘기하는 전원도시의 개념은 전원적 자연환경이 풍부한 주거형태와 시민들에게 필요한 경제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기반을 갖춘 자족도시를 말한다.
영국의 산업혁명기에 도시로 몰려드는 노동자들을 위해 무분별한 도시를 지양하고 이상적인 환경을 갖춘 계획도시를 건설하여 정주시키자는 의도에서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고 인간을 위한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과연 이런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예정된 택지와 아파트 건설은 충분한 주택수요가 전제된 것인지, 자연조건과 일조와 조망권, 바람의 방향과 이동이 충분히 고려된 자연친화적 개발이 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바람골이라던 너릿재를 통해 시가지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에어컨이 없어도 살만하던 아파트에 대형에어컨 없이는 못 살겠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형이나 자연조건을 고려한 개발보다 비용과 이윤이 먼저 고려된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
몇 년 전 태풍이 불었을 때 광덕택지의 아파트 유리창이 대량 깨졌던 사건은 단지 태풍이라는 자연재해 탓으로만 돌릴 일인지, 바람길을 무시한 무분별한 대규모 택지조성의 결과는 아닌지도 따져볼 일이다.
고층의 고급브랜드 아파트가 언제부턴가 지역발전의 상징처럼 왜곡되고 사람들의 과시 수단이 되지는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광주 앞에는 항상 예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무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광주의 전경은 이게 과연 예향인가 하고 보는 눈을 의심케 한다. 마치 레고블럭이 줄지어 늘어선 칙칙하고 몰개성적인 고층아파트의 회색 도시다.
조망권을 잃어버린 광주시민들은 포근한 어머니 젖무덤 같은 무등산을 더 이상 감상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예향은 없다.
조귀동이 쓴 ‘전라디언의 굴레’를 보면 광주가 계획도시 세종을 제외하면 80%가 넘는 아파트 거주비율로 전국 최고라고 한다. 이 지역 대표적인 토건자본 H, J 그룹이 아파트를 지어 팔아 30대 재벌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산업이 없는 거대도시 광주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자본증식을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것이 아파트를 지어 파는 것이란다. 예리한 관찰과 날카로운 분석이다.
화정동의 현대아파트나 학동 붕괴 참사가 왜 광주에서 일어났는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광주는 우리가 더 이상 따라 배워선 안 될 도시개발의 반면교사가 되어버렸다.
자본주의의 성장에 따라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이 주민들의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위해서가 아닌 토건자본의 초과이윤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적인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결국 전원도시의 핵심개념은 인간과 자연과 산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숲과 들판과 하천이 어우러진 훌륭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무분별한 고층아파트만 가지고는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 수 없다.
키 자랑하는 아파트만 늘어서 있는 광주의 아류가 아닌 쾌적한 전원도시 화순에 걸맞는 사람 중심의 개발이 되어야 한다.
화순을 둘러싸고 있는 만연산과 앞마당의 정원 같은 남산이 아파트 숲에 가려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선 안 된다. 자연 속에 파묻힌 포근하고 편안한 휴식의 도시 화순이 그립다. 자연과 주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전원도시를 위한 지역개발전략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출처/문행주 전남 전 도의원
파인뉴스 기자 470choi@dauml.net 파인뉴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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