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 같다. 대체적으로 기득권층의 지지보다는 서민층의 지지 속에 탄생한 '참여정부'가 그들의 지지기반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하려 노력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는 우리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지지층이 기대했던 사회 양극화의 해소는 정권의 임기가 불과 1년여 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황에서 크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득권층들은 '경제에 무능한 정권'으로 매도하고, 서민층 또한 '나아진 게 전혀 없다'고 불평이니, 참여정부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정치나 경제를 막론하고 그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의 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참여정부의 경우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에 비해 권력형 비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된 비리 또한 아직까지는 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그다지 높지 않은 까닭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둘째로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는 주요 공직에 대한 이른바 '코드인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그것이다.

　그동안에도 적지 않게 사회적 논란이 되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코드인사는 어느 정부에서나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특히 참여정부 하에서는 아무리 그 폐단을 지적하여도 임기 내에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고 할 때 체념하는 것이 마음편한 일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지금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공기업의 임금이 아닐까 싶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한국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임금이 국민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경영부실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 지주의 회장 연봉이 12억6천만원이라고 하여 국민들을 경악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국민세금 갖다가 빚 갚는데 쓰고도 부족하여 임금잔치를 마다하지 않는 셈이다. 그 뿐이 아니고 한국은행에서는 운전기사와 청원경찰의 연봉이 9천100만원에 이른 경우마저 있다고 하니, 한국은행이 돈 찍어내는 은행이라는 위력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그처럼 고액의 임금을 받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는 일면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사를 읽는 순간,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얼굴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여 공부하고 30년 넘게 대학에서 봉직하고 있는 사람과 땀흘려 일하는 농부와 노동자보다 몇 십배의 소득을 올린다면 과연 누가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려고 하겠는가.

　아마도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이 귀족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비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대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할 사람으로 노무현 후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임기 종반기에 이른 지금 그에 대한 평가 또한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정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느냐의 여부는 무엇보다도 국민들간의 '통합'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간의 통합이 도모되는 경우, 그 국가는 에너지가 충만될 것이며, 반면 국민들의 통합이 이룩되지 않는 경우 그 국가는 내부적 갈등에 휩싸이게 되고 국가는 침체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발전의 기본이 되는 통합의 전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분배의 정의에 있는 것이다. 못 가진 자도 그가 가난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긍정할 수밖에 없는 사회의 합리성이 담보될 때 사회는 건강성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참여정부는 남은 임기 내에 거대한 개혁보다는 이처럼 국민들간의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는 부조리를 해결하는데 힘을 집중하기 바란다.

오수열 /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