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북한이 누차 언급해 온 핵실험을 마침내 강행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북·미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9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하였으며, 우리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이날 오전 10시 35분경 북한 함경북도 화대리 지역에서 진도 3.58에서 3.7규모의 지진파를 감지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 감행을 인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은 기존 핵보유국 이외에 핵 보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견지해온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가들과 충돌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지역 정세의 불안정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지원 감축 등을 초래함으로 북한에게도 여러 가지 불이익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하여 핵무기확산을 방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온 미국으로서는 중동지역에서의 이라크 사태와 함께 동북아지역에서의 북한마저 평화적 방법으로 핵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게 될 경우 빚어질 미국의 위신 및 영향력 감소 우려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결의안 추진 등 온갖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이러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오늘날 세계 최강의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가들까지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동참시키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북한은 끝내 설득하지 못한 아이러니를 연출시킴으로써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결국 강경기조로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제약과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단적으로 오늘날의 북한으로서도 핵실험 이외에는 그들이 쓸 수 있는 다른 카드가 없다는데 있다. 그동안 북한은 줄기차게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문제의 해결을 위한 북·미간 양자회담을 주장하여 왔지만,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고 다자회담의 틀을 고수함으로써 대화는 진전되지 못한 채 정국은 경색되어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북한이 양자회담을 주장해온 데에는 다자회담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면, 거기에는 양자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체제유지를 보장받겠다는 것과 함께 경제적 곤란을 타개하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고도의 전술적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겠다.

어떻든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말미암아 가장 어려운 입장에 처한 국가는 뭐라해도 우리 남한일 것이다. 크게는 그동안 국제적 강경기류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의 기조하에 대북지원을 계속해 왔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정책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이며, 작게는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에 일정정도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력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북대화의 통로를 닫지 말고 끊임없이 북한을 국제간 대화의 장에 끌어냄으로써 한반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위기국면을 타개하는 데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