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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위기’라는 말들이 넓게 회자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어지간한 사람이면 그 말이 담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위기가 초래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학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다지 크지도 않는 나라에서 대학숫자가 200여개가 넘는다고 하며 인구비례로 보는 대학생 숫자는 세계 제일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둘째, 대학의 양적 팽창을 질적 수준이 따라가지 못함으로서, 대학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6년간 엄청난 납부금을 지출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졸업장 하나 받아 나올 뿐, 졸업 후의 삶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하는 교육내용에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셋째,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초래된 취업률의 저하에 대학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학의 존재가치가 취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업자 양성소’라는 이미지로 전락하는 현실은 분명 대학의 역할과 사명에서 볼 때 위기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이른바 ‘국제화’ 또는 ‘세계화’라고 불리는 국제적 개방 추세 속에서 외국의 수준 높은 대학들이 국내에 몰려오는가 하면, 학생들의 해외로의 유출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의 대학들이 이러한 국제화의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무사안일의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은 이러한 위기를 확대한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대학교육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광주?전남지역의 대학들은 다른 지역의 대학들에 비하여 더욱 심각한 양상에 처하여 왔으며, 이는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이라는 이라는 두 가지 지표를 통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광주는 흔히 ‘교육도시’라고 불리워 올만큼 교육기관의 숫자와 그 질적 수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역사적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중?고등학교와 함께 전남대와 조선대라는 지역의 명문대학은 타 지역 학생들로 하여금 광주에 유학 오도록 하는 유인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광주’의 위상은 처참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지역의 두 명문대학은 전국적 순위에서 볼 때 상위수준에 들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로부터도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뿐만 아니라 두 대학을 제외한 여타 대학의 경우 신입생 충원률이 50%에 머무는 대학이 없지 않아, 이는 곧 대학의 존립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물론 이처럼 우리지역의 대학에 위기가 초래된 원인의 근본은 무분별하게 대학설립을 허가한 교육당국에 있겠지만, 그 책임의 전부를 정부에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지역대학들은 위기적 상황을 그대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학과는 과감하게 통폐합하여야 하며, 대학간 학과별 조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대학에 백화점식으로 학과가 존재하고, A대학에 있는 학과를 B대학이 신설하는 약육강식도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지역의 선도대학인 국립대학 전남대학교의 위상과 역할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의 존재가치는 기초학문을 육성하고 지역 내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보편적 교육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취지에서 그동안 서울대학교의 축소개편을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여왔다.

이는 미국의 주립대학들이 사립대학들과는 달리 응용부분보다는 기초학문에 치중하고 지역내 거주학생들에게 보다 저렴한 등록금혜택을 제공함으로서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의 기본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데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조선대학교의 경우 국, 공립대학은 아니지만 해방직후 7만 2천 여명에 이르는 지역민의 기금으로 설립된 대학이라는 배경에 비추어 신설 사립대학의 발전을 억제하기보다는 여타대학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함으로서 지역발전에 기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대학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근본적 책임은 뭐라 해도 대학구성원, 특히 교수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학을 단순히 하나의 직장으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학문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주워진 사명에 충실하고, 지식인으로서 지역내의 교육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와 태도가 있을 때만이 우리지역이 안고 있는 대학의 위기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글= 오수열 (조선대학교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