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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 ‘유비쿼터스’는 미래 사회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 이는 일상 속 모든 물건에 컴퓨터 칩이 내장돼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환경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이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였다면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인간-사물, 사물-사물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셈이다.

당연히 세계 각 국은 이 꿈의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T선진국인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인 유비쿼터스 기술 환경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아울러 과거의 틀을 깨는 정책적,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허청은 이 고민을 2002년부터 시작했다.

특허청은 유비쿼터스 기술에 대한 특허를 분석해 정리하고 이를 산학연에 제공하면 연구개발의 중복투자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특허침해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 확산될 경우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국제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비하고 우리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개발되는 기술을 국제 지식재산권으로 구체화해 원천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자는 게 특허청의 전략이었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2003년 1월, 특허청은 ‘유비쿼터스 특허연구회’를 조직했다. 최신 유비쿼터스 관련 지재권 정보를 산학연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에게 상시 제공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이들을 한 곳으로 묶어낸 것이다. 그러나 연구회는 시작부터 난제와 맞닥뜨려야 했다.

‘어떻게 광범한 관련 기술들을 다 조사하고 공부할 것인가’, ‘어디까지가 유비쿼터스 관련 기술이고 핵심은 무엇인가’, ‘전세계 특허들 중에서 유비쿼터스 기술 특허만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연구회는 수 차례 토의 끝에 관련 연구조직 및 인력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서로의 자료를 공유하면서 실마리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우리만의 기술 습득과 이해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시급한 과제는 유비쿼터스 기술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연구회는 이를 위해 수집한 기술자료를 국제특허분류(IPC)에 맞게 정리하고, 관련 기술들이 국제특허 분류 기준의 어느 기술분야에 속하는지 국제 기준으로 체계화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특허를 분류, 정립한 것이다.

기술범위가 정해지자 연구회에서는 특허원문을 분석·가공하고 인터넷을 이용해 모든 정보를 하나의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키로 했다. 홈페이지 구축 작업은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것이었다. 구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운영의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 꼼꼼하기로 정평이 난 한 심사관이 ‘총대’를 맸다. 이어 다른 회원들도 각자 기술분야 특허자료를 검색·분석·가공해 제공하는 협력 시스템으로 마침내 ‘유비쿼터스 특허연구회 홈페이지’(www.u-patent.or.kr)가 문을 열었다.

이 사이트에는 국내외 유비쿼터스 기술 특허정보 및 원문자료와 심사관들이 분석한 유비쿼터스 기반기술 특허분석정보 등 오프라인상에서 얻기 힘든 특허정보들을 담았다. 또 양방향 대화를 위해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관련 기술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특허청은 이어 연구회를 중심으로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한 후 워크숍, 세미나, 학회, 포럼 등을 통한 정보교류를 보다 활성화했다. 온라인상의 교류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연스레 이뤄졌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연구회원들의 ‘발품’이 필요했다. 회원들은 전국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매월 1차례 이상 주제발표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명실상부한 유비쿼터스의 전령사로 자리잡아갔다.

이제 누구나 유비쿼터스를 얘기하는 상황이 됐지만 3년차를 맞는 연구회는 핵심 기반기술 위주의 특허분석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시키고 있다. 특허청 정책고객서비스(PCRM)를 활용해 관련기관, 단체, 개인 등 5756명의 정책고객에게 유비쿼터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오랜 기간 가꿔온 노력의 알토란같은 성과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연구회 홈페이지는 초기 월 75명 가량이었던 방문자수가 월 2000명 이상 크게 늘었으며, 방문자들은 지금까지 신문지 64만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다운로드해 갔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요즘 국내외 기술 정보 및 동향을 쉽게 파악해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연구회 결성의 취지대로 중복투자 및 특허분쟁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전략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청은 현실에 안주하면 진정한 혁신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최신 특허정보의 제공은 물론 협조기관 및 인력을 더 보강하고 연구회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특허청 유비쿼터스 특허연구회는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인 국제 지식재산권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든든한 초석을 놓았으며, 유비쿼터스 강국으로 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