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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바둑 뒤얽은 놈아 제발 빌자 네게 냇가에는 서지 마라. 눈 큰 준치, 허리 긴 갈치, 친친 가물치, 두루쳐 메오기, 넓적한 가제미, 부리긴 꽁치, 등 굽은 새우, 겨레 많은 곤쟁이, 그물만 여겨 풀풀뛰어 다 달아나는데 , 열없이 생긴 오적어( 오징어) 둥개는구나 / 아마도 너 곧 와서 있으면 고기 못잡아 大事로다 ( 김수장(金壽長) 1690-? 물고기의 특징을 나열한 글로 해학이 넘치는 글이다.

몸이 훌쭉하고 길며 비늘대신 은백색의 가루가 덮여있는 흰살 생선 갈치. 갈치는 농어목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다 자라면 몸길이가 1.5ｍ에 이른다. 우리나라 연근해 중 주로 서해와 남해, 일본, 중국 등 세계의 온대 아열대에서 분포한다. 비교적 먼 바다에 사는 물고기로 8 ～9월이면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산란을 한다. 제철은 5월부터 12월까지다.

갈치라는 이름은 칼처럼 생긴 물고기라는 데서 유래했으며 신라시대에는 칼을 ‘갈’로 불렀다는 점에서 그 시대에 이미 이름이 붙여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군대어(裙帶魚)란 이름으로 소개하면서 속명을 갈치어(葛峙魚)라고 적었고 전어지(佃魚志)에는 갈어(葛魚)로 기록돼 있다. 황해도 이북과 강원도에서는 ‘칼치’로, 전남에서는 ‘풀치’ ‘풋갈치’라고 부른다.

갈치의 주영양소(살코기 100ｇ당)는 단백질(18.5ｇ)과 지방(7.5ｇ), 당질(0.1ｇ), 회분(1.2ｇ) 등이며 칼슘(46㎎)과 인(191㎎), 철(1㎎), 나트륨(110㎎) 등의 무기질과 각종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리진, 페닐 알라닌, 메티오닌 등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함유된 단백질 공급식품으로 특히 라이신 함량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좋다. 글루탐산, 호박산 등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있어 입맛을 돋우는데도 제격인 수산물이다. 그러나 칼슘에 비해 인의 함량이 많은 산성식품이므로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갈치는 우리 국민 식탁에 자주 오르는 수산물 중의 하나로 서민적인 생선이다. 고를 때는 은백색의 광택이 있고 흠집이 없이 탄력이 있는 것이 싱싱하다. 온몸 은백색의 구아닌이 덮여 있는데 소화도 안 되고 영양 가치도 없는 것이므로 깨끗이 긁어내고 조리한다. 신선도가 높은 갈치도 회를 할 때 표피의 ‘구아닌’ 처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지 못하면 복통과 두드러기가 일어난다. 비늘을 긁어낸 갈치를 소금물에 씻어 건져내면 비릿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양념구이, 무우나 늙은 호박, 감자에 풋고추 등을 넣어 오래 졸여낸 조림, 매콤 감칠맛 나는 찌개, 신선한 갈치로 국물이 구수한 국 등 다양한 형태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레몬즙과 생강을 넣은 구이 양념을 발라 오븐에 구우면 저녁반찬으로 그만이다.

대중적인 생선인 만큼 갈치에 얽힌 속담도 많다. 같은 종의 꼬리를 잘라먹는 습성이 있어 ‘갈치가 갈치꼬리 문다’는 속담은 ‘친한 사이에 서로를 모함 한다’ 뜻이고,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부르지 않는 배를 보고 ‘갈치배’라고 부른다.

한방에서는 갈치를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거풍살충(去風殺蟲)하는 효력이 있으며 특히 위장을 따뜻하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갈치에는 약성과 독성이 함께 존재한다. 식욕이 없어졌을 때 갈치를 구워 먹으면 유효하고 치질에 갈치젓을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면 갈치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

갈치는 모성애가 지극한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알을 낳은 뒤 안전하게 부화하도록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돌며 보호하는데 잠시라도 한눈을 팔지 않기 위해 먹이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미는 여윌대로 여위지만 새끼들은 무사히 알에서 깨어나게 된다. 요즘은 물고기만도 못한 부모는 없는가 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김정숙 -전남 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