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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스크린 속에서 울고 있다. 코를 훌쩍거리면서, 혹은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울고 있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이 ‘스크린 속에서 허세부리지 않고 소리내어 우는 남자들, 한류의 영향, 얼짱의 필수로’라는 제목 아래 쓴 특집기사의 머리 글이다.

스크린에서 울음을 참던 일본의 20대 인기 남자 주연배우들이 한류의 영향을 받아 이제는 복받치는 감정을 그대로 터뜨리며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짱 배우 필수 과목 된 우는 연기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가운데서도 ‘다다, 기미오 아이시테루(단지, 너를 사랑하고 있다)’의 주연배우 다마키 히로시(26), ‘니지노 메가미(무지개의 여신)’의 주연 이치하라 하야토(19)가 잃어버린 여성을 생각하며 울고 있고, ‘데가미(편지)’에서는 다마야마 데쓰지(26)가 남동생과 재회하면서 울음보를 터뜨리고 있다.

남동생 역의 야마다 다카유키(23)도 TBS 계열의 드라마 ‘세계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울었고, 영화 ‘전차남’에서는 도쿄 아키하바라 한가운데서 사랑을 외치며 울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목놓아 우는 연기는 마치 얼짱 배우들에게 필수과목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일본 스크린에서 미남 주연배우가 엉엉 우는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도 울지 않는 주연과 우는 주연의 역할이 나누어져 있었다.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 등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에서 16년간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던 미후네 요시히로도 울지 않았고,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불사조’의 주연배우 사다 게이지도 울지 않았다. 일본의 고도성장기가 시작되면서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배우들은 울어야 할 상황에서 눈물을 꾹 참고 속으로 삭이는 연기를 해야 했다.

영화평론가 사다 다다오는 “지금 우는 연기 붐은 남자의 허세 따위가 필요 없어진 시대 탓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는 한류의 영향일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한국 드라마를 계속 보아온 작가 아베 유코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은) 여성에게 공주님이 되고 싶은 열망을 채워준다. 한국 배우들은 사랑 고백도 확실하고 우는 연기 등 감정 표현이 정말 뛰어나다”고 한국 한류 스타들의 연기력을 호평했다.

이러한 결과는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를 필두로 만개한 한류 붐이 일본 문화와 일본인의 정서까지도 바꾸어 놓고 있다. 한류 붐의 진정한 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