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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9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얼마 전(11월) APEC에서 부시 대통령이 저와 만났을 때 내놓았던 세 가지, 안전 보장이라든지 또는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서명할 수 있다’, 평화체제나 관계정상화라든지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에 공이 북한에 넘어갔다, 이렇게 표현했는데, 다행히 일단 6자회담이 열리긴 열릴 모양”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를 국빈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각) 오클랜드 스카이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지난 수년동안 6자회담을 하는 동안 저는 미국과 북한 양쪽에 공이 있고, 양쪽 다 서로 양보를 해야 한다고 쭉 주장해왔고, 오히려 미국 쪽에 양보를 좀 더 많이 요구했던 편”이라며 “그런데 지금 6자회담 안에서 얘기할 때는 몰라도 6자회담에 오는 것까지는 공이 북한 쪽에 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정책과 관련, “우리는 북한의 붕괴 같은 것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막다른 골목에 간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 우리로서는 북한이 숨 쉴 수 있게, 그래도 밥 굶어죽지 않게 우리가 같이 좀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게 한국 정부의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극단적 선택 막는 게 한국 정부의 중요 전략”

이어 “인도적으로 먹고 살게 해 줘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도 극단적 상황까지 북한을 몰고 가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며 “공격받지 않고 붕괴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어쨌든 앞으로 협상을 통해서 핵무기를 폐기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지만,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한번 했다고 한국보다 군사적으로 우세해 지지 않는다”며 “위험한 무기이므로 사용했을 때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러나 궁극적으로 설사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전쟁을 해도 절대로 북한이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거의 70년대 후반까지 북한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우세했고, 지금도 숫자로는 우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훨씬 더 우세하다”며 “만일 북한은 중국이 물자를 지원하지 않으면 아마 일주일도 전쟁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불안하다”며 “그래서 반드시 6자회담에서 핵무기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지만, 여러분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어쨌든 간에 ‘우리가 전쟁을 해서 지는 일이 없다, 점령당할 일은 더더욱 없다, (북한이 남한을) 지배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길 수도 없고 점령도 못하고 지배도 못하는 전쟁을 북한이 왜 일으키겠느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한국은 일본,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권의 한 가운데 있다”며 “옛날에는 힘이 없어서 가운데 끼여 가지고 중국에 새로운 왕조가 일어났다 하면 꼭 한국에 와서 분탕질 쳤고, 일본에 힘센 국가가 생기고 통일되면 한국에 와서 짓밟고 분탕질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 이것을 안할만한 국력을 우리 한국이 갖고 있다. 앞으로 계속 가지고 갈 것”이라며 “국방, 경제 역량을 가지고 있는 한 한국은 대단히 좋은 지리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국빈방문을 마치고 ASEAN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던 노 대통령은 필리핀 세부 지역의 태풍으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연기돼 10일 조기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