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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 몸이 불편한 장애인…. 세상살이가 고단한 광주시 서구의 140명의 이웃들은 매월 14일이면 ‘사람이 왜 꽃보다 아름다운지’를 실감한다.

부자들에겐 얼마 안 될지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큰 돈’인 20만원씩, 5만원씩 매월 이날 입금해주는 ‘얼굴도, 이름도 모를 천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광주시 서구청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 친구를 보낼 테니 구에서 대상자를 추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잠시 후 이 독지가가 보낸 대리인은 현금 200만원을 전달하며 구청에서 추천하는 4명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앞으로 매달 50만원씩을 송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구청은 반신반의하며 사회복지사들을 통해 도움이 절실한 4명을 선발,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4명의 통장에는 정말 약속한 대로 매달 꼬박꼬박 50만원씩이 들어왔다.

그리고 지난 4월 이 독지가가 또다시 사람을 보내왔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추가로 돈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구청은 독지가의 뜻이 고맙긴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50만원의 수입이 생긴 수혜자들의 경우 기초생활수급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 독지가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를 일.

◆200만원→1천만원 기탁 늘려

구청이 이런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자 독지가는 기탁금을 20만원씩 줄이는 대신 수혜자를 2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매월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기탁금을 늘린 이 독지가는 지난 10월 이번엔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직접 오게 됐다”며 현금 1000만원을 들고 구청을 찾아왔다. 30대 후반의 이 남자는 자신이 입금한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 이번엔 기탁금을 매달 1000만원으로 늘리고 싶다고 했다.

◆독거노인 등에 5만∼20만원씩

구청 직원의 성함이라도 알려달라는 말에 이 독지가는 만약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면 도움을 일체 중단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구청은 이 독지가의 요구에 따라 추가로 독거노인 등 120명의 통장 계좌번호를 적어줬다. 이 독지가는 약속대로 11월 14일 5만∼2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보내왔다.

서구청의 담당 직원은 “이 독지가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며 “다만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현재 서구에 살며 김씨 성을 갖고 있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