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 2월 8일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장애여성공감 등 7개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여성인권법연대’는 임종인(무소속) 의원실과 함께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성폭력 부분 형법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죄’로 이름을 바꾼 이번 개정안은 현행 형법이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남녀 구별 없이 ‘사람’으로 개정해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또 남성 성기가 여성 성기에 삽입되는 것만을 강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과 달리 구강·항문성교 등의 행위도 강간죄에 포함시켰다.

남성도 강간죄의 피해자로 인정되고 남편에 의한 아내강간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발표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개정안 제306조는 강간죄의 객체를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람이란 법률상 또는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명시해 아내강간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 공공장소에서의 성적 행동과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를 제외하고는 성폭력 범죄를 원칙적으로 비 친고죄로 전환했다. 이는 그동안 여성인권법연대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해왔던 친고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논의를 진행해 온 결과다.

이번 개정안은 성폭력특별법의 처벌 조항들을 기본법인 형법에 편입시켜 강력한 집행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 테두리 내에서만 다뤄져왔던 성폭력 범죄를 기본법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호중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을 “법적으로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예로 이번 개정안은 제297조에 ‘동의 없는 성적 행동’ 조항을 신설해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음을 알면서 성적 행동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 피해자가 죽을 만큼 저항했을 경우에만 범죄가 성립됐지만, 폭력이 사용되지 않아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동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개정안은 강제력 행사 수단에 폭행·협박 외에 ‘위력’을 추가했다. 형법에서 위력은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유형·무형의 힘’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협박과 폭력이 행사된 경우에는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2년여간의 토론 성과를 모아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여성인권법연대는 형법 개정 활동과 함께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 방지법 등 여성폭력 관련법을 통합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