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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오 잠잘매 아니불 잊을망 = 자나 깨나 잊지 못하다

금계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우고 있는 이병주씨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이다.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50여 생을 살아오면서도 배움의 열망을 잃지 않았다. 너무나 먹고 살기 힘들어서도 못 배운 한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공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들만 둘을 두었는데 큰아들은 전문대 나와서 기업에 취직했고 둘째놈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원에서 수련중이다.

자식들을 이만큼 키웠으니 이제는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 이씨는 이제야말로 내 차례라고 생각하여 서당을 찾았다고 한다. 이씨는 낮에는 풍암동에 있는 유치원에서 운전을 하고 있다. 근무시간이 끝나자마자 서당에 와서 공부를 한다. 배운 것을 나와서 발표하라고 하면 어린 학생처럼 즐거워하며 더듬더듬 읽어나간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그래도 그는 땀을 닦을 생각도 않고 큰 소리로 읽어나간다. ‘오랑캐웅’ 하고 읽어서 학우들이 ‘오랑캐융’ 이라고 거들어 주면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고쳐 읽는다.

“제가 잘 따라가지 못해 다른 학우들에게 미안해요.”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획순을 어기지 않고 쓰다 보니 제법 잘 써지는 것 같아요.”

“자식들 출세도 보람이지만 공부를 하는 재미가 이 세상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선생님 저는요 이곳에 있으면 복잡한 세상의 일들은 다 잊어버려요. 단순하게 글자만 익히는 줄 알았더니 중국 역사와 함께 배우니 더 좋아요”라며 빙긋이 웃는 그의 모습은 한스런 생을 살아온 사람답지 않게 사람냄새 나는 순박함이 충만해 있다. 어찌나 열심히 공부를 하는지 가르치는 나 자신도 그를 통하여 게으름을 피우며 살았던 자신을 반성하곤 한다.

책가방을 들고 까만 모자를 눌러쓰고 뻐기고 다니던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지게를 한쪽에 받쳐 놓고 아무도 몰래 울었던 어린 시절굩

그는 자나 깨나 배움에 한이 맺혔던 지난 시절들을 돌아보며 오매불망(寤寐不望)했던 공부를 한다는 기쁨에 서당에 올 때마다 발걸음이 가벼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고 한다.

민판기 <금계시문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