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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강진에 있는 어느 지인으로부터 야생차를 받았다. 귤동마을 차동산(만덕산)에서 딴 차다.

“지금도 귤동마을 사람들은 차산초당 뒤편을 차동산이라 부른다. ‘차산茶山’이라는 정약용 선생의 호는 만 여 그루의 차나무가 자생하는 차산초당 뒤편의 지명에서 유래한 것이다. 정약용은 탁옹, 자하도인, 사암, 태수 등 여러 호가 있지만, 차산이라는 호는 강진에 유배 와서 차와 인연되어 쓰게 된 호이며, 75세로 영면할 때까지 가장 즐겨 쓰던 호였다.”(차산과 차 그리고 강진-윤동환, 다산학 6호, 2005)

그러므로 ‘茶山’의 발음은 차산이 맞다. ‘茶禮’를 차례라 발음하는 것과 같다. 차는 일본이나 인도 아라비아 러시아 중국에서도 차(cha)나 차이(chay)라 발음하는 세계 공용어다.

강진에는 차동산외에도 대구면 칠량면에 청자도요지가 있다. 통일신라시대 9세기경부터 시작하여 고려시대 전 기간동안 청자를 생산했던 가마터로, 청자문화의 발생·세련·절정·확산기의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청자의 산실’이다.

차동산과 청자도요지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이는 절터로 짐작할 수 있다. 대구면 청자도요지에는 신라 애장왕 원년(800)에 창건되었다는 묘적사(妙寂寺)와 쌍계사(정수사의 옛 이름)가 천태산을 마주보고 있다.

차동산에는 백련사(839)가 있다. 당시 가장 귀한 교역품은 차와 청자로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청자와 차는 청해진이 설치되면서 함께 생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은 육지에 설치한다. 1만의 사졸을 거느린 청해진은 상당한 규모의 읍성으로 보아야 한다. 강진은 고대로부터 조선왕조 내내 탐라 가는 길목이었고, 청해진은 장흥 강진 해남을 영유하고 있었다. 청해진은 흥덕왕 3년(828)부터 폐지(851)까지 23년간 존치했다. 운주사와 중장터 너머 바로 탐진강 하구가 구강포로, 당시 내륙 주도인 무주와 가장 가까운 바닷길이 강진이다.

청해진이라 추정하고 있는 완도의 장도는 보초진지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다. 실제 대구면 미포에서 장도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식량과 차, 청자의 생산, 가공, 수송, 보관을 계획한다면 섬에 청해진을 설치할 수 없다.

청해진 설치의 목적이 당초에는 서남해안 일원에 창궐하는 해적을 토벌하는 데 있었으나, 후에는 동북아 해상무역을 관장하는 국제무역도시가 되었다. 미육군사관학교에서는 고대 무역도시 트로이의 군대를 최대 6천명 규모로 보고 있다. 청해진은 1만명의 사졸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적어도 트로이를 능가하는 규모로 청해진은 강진에 있다.

김상집 <참여자치 21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