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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경계하는 일본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타케야마 노부루 국제경제교류재단회장은 최근 아사히신문에 ‘자유무역협정, 농업개혁 한국에 뒤지지 마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한국정부가 한미FTA 체결의 결실을 맺기 직전이고, 4월부터 유럽연합(EU)와 FTA협상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제품이 거대한 미주 시장에 무관세로 들어가고, 일본제품은 평균 4% 내외의 관세를 지불하게 된다”며 “일본 기업 중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도 생겨 일본경제는 공동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2005년 11월 일본 경제단체들은 미국과의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미국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화물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일본이 크게 불리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국과의 FTA를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미국과 FTA 미루는 진짜 속셈

일본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농업분야의 낮은 경쟁력으로 인해 피해가 크고, 미·일 양국간 무역전환효과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OECD가 각 국의 소비자부담과 납세자부담에 의한 농가 보조·지불액(생산자지지추정량)을 조사한 결과 일본은 447억 달러로, 미국(389억 달러)과 큰 차이가 없다. 농산물 평균 관세율도 12%로, 미국(6%)보다는 높지만 EU(20%), 태국(35%)보다는 낮아 미국과 비교적 대등한 교섭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쉽사리 미국과의 FTA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농촌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써야 하는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서둘러 개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미·일 양국간 무역전환 효과로 인한 다른 나라의 피해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과의 FTA보다 싱가포르, 한국, 아세안, 중국 등 동아시아지역과의 FTA가 훨씬 실익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FTA 순위에서 미국이 밀리는 것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입지가 확고하기 때문. 2005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수입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8%(1419억 달러)로, 나프타(NAFTA)에 속한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가전제품의 미국내 관세는 충분히 낮아 FTA를 맺더라도 수출증대효과가 EU나 동아시아에 비해 많지 않다.

일부 특수품목을 제외한 일본산 자동차, 가전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율은 0∼4%에 불과하다. 같은 품목에 대해 우리나라는 8∼10%의 관세를 물고 있으며, 중국(10∼37.6%), 태국(10∼80%)도 높은 관세가 적용돼 미국시장에서 일본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일본은 2005년 4월 발효된 멕시코와의 경제연대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ement)으로 인해 구태여 미국과 FTA를 맺지 않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