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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조차 신선함으로 닿는 4월의 대지는 생기로 가득 차 있다. 꽃 피고 꽃 져도 만물은 생명의 찬가를 부르는 계절. 우리는 몇 번의 봄을 더 맞이할 지는 모른다. 마치 이 봄이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 보자. 한 송이 제비꽃만으로도 살아있음은 축복이다.

겨울잠에서 깬 도미는 알을 낳기 위해 새우, 낙지 등을 왕성하게 먹는다. 그래서 살이 도톰하게 올라 제일 맛이 있을 때가 봄이다. 도미(돔)는 잘생기고 맛도 으뜸인 생선으로 옛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나 사돈집에 보내는 이바지 음식으로 많이 썼다. 일본 사람들도 도미를 생선중의 왕으로 치고 있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은 도미를 천한 생선(賤漁)으로 여겨 프랑스인들은 탐욕스런 상놈 생선이라 하고, 영국인들은 유태인이나 먹는 생선이라고 말한다.

도미의 종류 중에서 맛이 가장 뛰어난 것은 봄철에 분홍빛을 띤 참도미이다. 단백질, 무기질은 많으나 지방이 적어 비만이 걱정되는 중년기에 좋은 식품이다. 도미는 깊은 곳에 살기 때문에 강한 수압을 받는다. 그래서 수분이 적고 살이 단단해서 세균이 붙어도 쉬 썩지 않는다. 담백한 살은 어떻게 조리하든 맛이 좋다.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구이나 찜을 하거나, 싱싱한 것으로 회를 뜨면 쫄깃쫄깃하여 광어회와 더불어 별미로 꼽는다. 전골이나 탕도 맛있다. 얼큰한 매운탕보다는 미나리나 쑥갓 등 향기로운 채소를 넣어 맑게 끓여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도미로 만든 우리 음식 중에 가장 공이 많이 드는 것이 도미국수(도미면)이다. 살을 떠내어 전을 부치고 전골틀에 고기, 버섯과 함께 담아 고명을 얹고 나중에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조선요리학]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조 성종 때 오랑캐가 함경도 일원을 자주 침입하여 무고한 양민을 괴롭혔다. 조정에서는 허종(許琮)에게 의주에 진영을 두고 국경을 수비하게 하였다. 허종이 군사를 거느리고 의주에 도착하자 그곳 백성들이 그를 환영하여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였다. 음식이름을 물으니 "이 도미 음식은 장군을 위해 처음 만들어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하였다. 술과 기녀를 좋아하기로 이름난 허종은 그 말을 듣더니 "이 도미 음식의 맛이 훌륭하여 술과 기녀보다 몇 배 낫다." 하였다. 여기서 기생보다 더한 즐거움을 준다하여 민어탕에 승기악탕(勝妓樂湯)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오지만 삶의 봄은 만들어야 온다'고 한다. 우리가 설령 겨우내 남루한 꿈으로 살았을 지라도 이 계절에는 물오른 나무들처럼 싱싱한 꿈을 키우기를.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