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어느 대기업 회장의 지나친 아들 사랑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어 연일 언론의 탑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하기야 어느 누구인들 자식 사랑이 깊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는 만고불변의 이치로 일찍이 2천여년 전 중국에서 유가(儒家)와 묵가(墨家)간에 논쟁의 소재가 될 만큼 깊은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식 사랑에도 ‘금도’가 있어야 하는 것 또한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 귀한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그 대기업 회장이 이러한 가장 소박한 이치를 망각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한국적 현실에서 어느 대기업인들 국민적 사랑과 희생없이 오늘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그 대기업의 회장이 이점을 조금만 생각했다면 미국의 유명대학에 다니는 자기 아들과 유흥주점에서 고달픈 삶을 사는 남의 자식을 그처럼 차별하여 가진자의 위세로 남의 자식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그 대기업 회장은 자기 회사의 경호실 직원을 동원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또 다른 폭력조직까지를 동원하였으며, 첫 장소에서 대상자를 찾지 못하자 또 다른 장소에까지 찾아 갔는가 하면 심지어는 그들을 제3의 장소로 데리고 가서 폭행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서부활극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지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겪었을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가 어떠했을까. 특히 여기에서 지적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한국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며 그 기업에는 전직 경찰청장이 고문으로, 변호사가 법무실장으로 재임하는 어마어마한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들 또한 한 가락하는 유흥주점 종업원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적지 않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은 불문가지라고 하겠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그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경찰당국의 태도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민주주의와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20여일이 되도록 사건이 은폐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경찰과 그 대기업간에 상당한 커넥션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겠으며, 실제로 그 대기업의 고문으로 있는 전직 경찰청장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보도되고 있는 데에서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바로 이러한 경찰의 태도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검찰의 지적을 정당화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경찰은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어떻든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지향해온 사회의 건강성이 아직도 낮은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사회의 지도층이 보여 주어야할 ‘솔선수범’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나타내 준 것이라고 하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자와 못가진자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각고의 노력끝에 많은 것을 이룬자들을 사회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진자들의 배려가 있을때만이 사회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가진자들이 사회적 약자를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천대와 멸시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사회의 질서는 파괴 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서는 가진자들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깨달아야 한다.

다행히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과 사직당국 그리고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로 삼기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기를 바라며 당사자인 대기업의 회장을 포함하여 우리 국민들 모두 이번 사건을 통하여 높은 경제성장속에서 상실되어가는 인간성과 상호존중의 미덕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