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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불과 반년여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은 과연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범여권의 후보로 누가 선택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그만큼 범여권의 후보 결정이 아직은 안개속에 싸여 있다는 의미일 수 있겠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선거가 지금처럼 한나라당의 독주 양상으로 전개되어서는 그다지 흥미있는 게임이 될 수 없다는 ‘새판’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범여권의 구도가 짜여지는 데 무어라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과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여러 여권 주자들의 경쟁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좋지 않는 평가를 받은 후보들이 경쟁대열에서 탈락한 사실에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이는 곧 노무현 대통령이 어느 특정 후보를 범여권의 후보로 결정 되게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원하지 않는 후보를 비토할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경선으로 구도가 압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범여권의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 노무현 대통령이 담당해야할 역할은 무엇이며, 그 역할은 어느 선까지 가능한 것일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임기말 노무현 대통령의 네임덕 현상이 어떻게 나타날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난날 우리의 정치에서 임기말의 대통령은 대개 극히 저조한 국민들로부터의 지지율과 함께 극심한 권력누수현상에 시달여야 했으며, 그 결과 집권당으로부터의 탈당이 하나의 당연한 현상인 것처럼 인식되어져 왔다.

그렇다면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또한 전임 대통령 시기에 나타난 권력누수현상과 같은 현상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필자는 전임 대통령들과 노무현 대통령간에는 적지 않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가족을 비롯한 측근 비리문제로 시달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불과 반년전까지 10%대의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체결을 계기로 30%대의 지지율을 회복하게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하나 노무현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들과의 차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반드시 여권의 정권 재창출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보인 행적을 분석해보면, 최선은 정권 재창출 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면 자기를 중심으로한 세력의 정치권 잔류로 목표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이 그들의 정치적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차이점이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은 여러 가지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절제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유의할 것은 이러한 절제된 행동은 남은 임기동안 얼마든지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갈등과 협력관계를 동시에 지속시킬 수밖에 없으며, 그 깊은 속을 일반인이 감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 고등방정식은 결국 대선이 임박해서나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오 수 열<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