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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을 강제로 퇴출시키기 위한 소위 ‘울산 발 인사실험'이 한동안 공직사회를 강타하더니 얼마 전에는 공기업 감사들의 ‘이과수 출장'과 해외훈련 중인 공무원들의 골프 파문으로 공직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공직자들에게 민간 부문보다 훨씬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관련자들의 반성과 자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은 숙명적으로 견제와 비판의 대상

실제로 일부 공직자들의 무능력과 무사안일, 복지부동이 그동안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고 선량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도 이따금 발견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공직의 보수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예산이 지출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공직자들이 국민의 감시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공무원들이 그 어느 시대, 그 어느 국가에서 단 한번이라도 국민들의 박수나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라고 자문해 본다.

혹자는 당 태종의 ‘정관정요' 시대나 조선 세종대의 번영기, 그리고 요즈음 싱가포르 공무원들을 칭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공무원들은 숙명적으로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공직 구분에 관한 ‘이중 잣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좋지 않은 사건들에 공직자들이 연루되었다고 보도된 경우 과연 순수한 의미의 공무원으로 간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일부 사례를 빌미로 삼은 무차별적인 비판이 전체 공무원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형량해 보고 싶을 때가 많다.

‘공무원 두들겨 패기’가 자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미국의 경우도 닉슨 대통령 당시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카터, 레이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연방공무원들이 ‘무능'의 대명사로 비판을 받았고, 이러한 ‘공무원 두들겨 패기(Bureaucrat Bashing)' 현상이 연방공무원의 자질 저하를 가져왔다.

이는 또한 고스란히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졌으며, 유능한 젊은이들이 공직을 기피하는 풍조에까지 이르렀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클린턴 정부 출범 이후 이를 극복하고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학계와 실무계가 한 목소리로 나섰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직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는 영원한 숙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이후 공무원들은 국정의 최대 과제인 ‘정부혁신'을 목표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온-나라 시스템'의 전면 실시 등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 내부의 혁신을 우선과제로 삼다보니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 동안 연공서열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공직 내부에 ‘성과와 경쟁'의 원칙이 도입되고 ‘고객 마인드'가 스며들도록 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공직 업무의 특성상 계량화에 의한 평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평가에 대한 부담과 불만'을 일부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확실히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혁신'으로 공무원 일하는 방식 개선

그런데 전자정부의 구축과 정부혁신에도 불구하고 왜 공무원 수는 줄어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바로 대답하기 힘든 곤혹스러운 입장인 것 또한 현실이다. 행정 내부의 혁신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차가 필요하고, 민주화에 따른 의원 입법의 결과와 새로운 행정수요 증가로 조직 신설이 불가피한 점이라든지 행정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간과했던 부분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된 행정의 업그레이드 현상으로 이해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큰 정부'가 좋으냐 아니면 ‘작은 정부'가 좋으냐하는 논란은 민주국가에서 선거 결과 공무담임권에 의한 하나의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나아가 민간단체·협회로의 업무 이양을 “단순한 조세부담의 전이일 뿐 국민부담의 본질적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갈파한 폴 라이트(Paul C. Light) 교수의 지적을 참고하였으면 한다.

과거에 행정학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정치·행정 일원론 또는 이원론'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정부부문에서 새로운 경영기법의 도입과 컨설팅, 그리고 각종 평가제도의 도입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는 ‘경영·행정 일원론'을 주요 이슈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변화 추이를 감안할 때 행정논리나 정책논리가 정치논리, 안보논리, 경제논리, 경영논리 등에 휘둘리지 않고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행정학과 정책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작은 정부' 조세절감은 '조삼모사'

공직에 종사하면서 최근 각종 단체들과 이해관계 집단들의 근시안적인 주장에 직면할 때는 ‘과연 공직자들의 무한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에 휩싸이곤 한다. 과거와 달리 공직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달라지고 자긍심도 크게 줄어든 측면에서 본다면 ‘생활인으로서의 공직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선거와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맞춰 공직사회에도 여러 가지 바람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 대한 ‘돈 값'을 잘하라는 목소리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업무 수행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강구는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것이 정부혁신이거나 창조적 변화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의 이름이던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