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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 26일 오는 30일 첫 항차 3000t톤을 시작으로 대북 쌀 차관 총 40만t을 제공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쌀 차관 제공은 지난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4.18~22)에서 북한의 어려운 식량사정을 감안하여 합의한 사항이다. 다만, 당시 우리 측은 북핵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쌀 차관을 제공하되, 제공 시기와 속도는 ‘2·13 합의’ 이행상황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지난 5월 말 열린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5.29~6.1)에서도 일관되게 견지하였다.

▶‘2·13 합의’ 이행상황에 따른 제공시기 조절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원칙없는 유보와 재개”라는 일부 언론의 비판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쌀 지원의 판단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지난 26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쌀 차관 제공 결정을 발표하면서 최근의 여러 상황이 쌀 차관 제공을 위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첫째 BDA 문제 해결과 미국 힐 차관보의 방북 등으로 최근 ‘2·13 합의’가 이행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실질적 여건이 마련되었고, 둘째 쌀 차관이 지니는 인도적 성격에 따른 국내 여론을 고려하였으며, 셋째 춘궁기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된 점과 국제기구 및 주요국 남북겸임대사의 조속 제공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결정하였음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또한 통일부 장관의 개인 홈페이지의 글을 마치 정부 방침과 다른 것처럼 왜곡하면서 ‘부적절한 언행’ 운운한 것은 의도적인 비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월 22일 남북이 “식량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5월 30일 남북 은행 간에 ‘차관계약서’를 체결함으로써 “쌀 차관을 제공한다”는 원칙은 분명하게 정해진 것이었다. 다만, 정부는 관련 상황을 보아가며 그 제공 시기와 속도를 조절해 온 것이다. 일부 언론이 이러한 상황의 앞뒤를 빼고 자의적으로 왜곡하여 문제를 제기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실 쌀 차관 제공 문제는 동포애적·인도적 측면, 북핵문제 해결 과정의 지원 측면,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측면 등 여러 복합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다. 작년 7월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쌀 차관 제공을 둘러싸고 우리 내부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러한 복합적 성격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쌀 차관 제공은 이전의 것과는 다른 몇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6월 30일 쌀 차관 제공이 갖는 의미들

첫째, 남북 간 약속을 합의대로 이행하여 남북 간 신뢰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번 쌀 차관 제공은 북한의 어려운 식량난 완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둘째, 국민적 공감대 하에서 추진함으로써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강화에도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쌀 차관 제공시점의 결정에 있어 ‘국민들의 이해’를 1순위로 고려한다는 점을 천명하고 이를 일관되게 견지하였다. 국민적 합의 강화는 대북정책에 대한 정쟁화 가능성을 낮추고 남북 화해협력의 안정적 추진을 보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핵문제 해결노력 지원의 측면과 동포애적·인도적 측면을 균형 있게 조화시켰다는 점이다. 쌀 차관 제공 유보를 통해 ‘2·13 합의’ 도출 및 이행과정을 지원하는 한편, 상황의 변화에 따른 적기 제공을 통해 남북관계 동력을 살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최근의 핵문제 해결 과정 진전과 쌀 차관 제공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의 선순환적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30일 쌀 차관 제공이 어렵게 첫 발을 떼게 된다. BDA 송금문제가 마무리되면서 ‘2·13 합의’도 본격적인 이행국면으로 재진입하였다. 이와 동시에 북미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논의도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호전의 기회를 살려 한반도의 평화지수를 한 단계 높이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금번 쌀 차관 제공 결정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