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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라고 하여 농어를 여름철 생선의 첫손에 꼽는다. 계절에 따라 산물이 다르고 음식의 풍미가 다르기 마련인데, 생선은 더욱 그렇다.

물고기의 '8등신'으로 불릴 만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있는 농어는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거친 바다에서 잘 낚인다.

손질한 농어는 참기름을 조금 치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야 한다. 참기름을 치면 고소한 맛을 더하고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친 농어의 살은 빛깔이 다른 생선들에 비해 파르스름한데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씹히는 맛은 쫄깃쫄깃하다.

술을 마실 때 안주로 회를 먹으면 확실히 덜 취한다. 회는 간에 부담을 덜 주는 고단백식품이기 때문이다. 회를 먹을 때는 고추냉이를 생선살에 바른 다음 간장에 찍어 먹어야 생선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의 생선회는 오늘날처럼 크게 저미지 않은 것 같다. 사대부들은 낚시를 즐기며 풍류를 시로 읊었는데 ' 가늘게 썰어 회를 치고 불에 익혀 국을 끓인다'라는 구절로 짐작할 수 있다. 회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크게 저미게 된 것으로 보인다.

농어요리로는 농어채도 별미인데 녹말을 묻힌 농어살을 끓는 물에 데친 숙회이다. 야들야들 부드럽고 담백한 것이 회와는 또 다른 맛으로 먹는 즐거움을 준다.

생선에는 10% 정도의 지방이 함유돼 있는데 비해 돼지고기는 30%, 쇠고기는 20% 정도가 지방. 농어는 지방이 다른 생선보다 많고 각종 필수 아미노산도 많이 들어 있다. 생선에는 지방은 적지만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어 성인병을 막아주고, 노화방지 면역기능은 강화한다.

그러나 생선회를 좋아하면 기생충의 감염은 조심해야 한다. 신선도가 떨어진 생선회와 생선내장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싱싱하지 않은 생선회는 내장에 있던 기생충의 유충 일부가 살로 이동하고, 생선 내장에는 대부분 기생충이 있기 때문이다.

농어에 얽힌 고사도 많다. 「고사기(古事記)」라는 책에 '송강노어(淞江魚盧魚)'라는 내용이 있다. 중국 오나라에 대사서 벼슬을 하는 장한( 張翰)

이라는 사람이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송강으로 돌아가겠다고 황제에게 간곡한 하소연을 했다. 이유는 고향의 농어 맛이 그리워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농어 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핑계거리가 되었단말인가.

농어는 육미선미(肉味鮮美)라 하여 고급생선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후 '송강농어'로 불리게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농어는 또 예로부터 '길(吉)한 물고기'로도 대접받았다.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려고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배 위로 뛰어올라 ' 좋은 징조'를 보였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낚시꾼들은 농어가 낚이기를 기다린다. 행운의 징조를 꿈꾸며.

사실 길조를 의미하는 농어는 송강노어와는 다른 종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비들은 이를 같은 물고기로 여겼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오장을 보(補)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회를 쳐서 먹으면 더 좋은데 많이 먹어야 좋다'고 적었다.

농어는 간과 신장의 약재로 사용되고, 쓸개는 '바다의 웅담'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연노란빛의 귀한 쓸개주(酒)는 아무리 먹어도 숙취가 없고 오히려 위장에 좋다고 전해온다. 옛날 바닷가의 민가에서는 복통이 났을 때 잘 듣는다며 엄지 손톱만한 농어 쓸개를 처마 밑에 매달아 놓고 상비약으로 쓰곤 했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