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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첫날인 지난 16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협상장 주변에는 지난 한미FTA협상때와 같은 극성스런 FTA반대 원정시위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협상장 안은 협상 첫날부터 EU측이 우리측이 제시한 상품 양허(개방)안 수준을 놓고 상당한 불만을 표시해 격론이 오가는 등 국익을 지키기 위한 밀고 당기는 신경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 한-EU FTA 협상 쟁점은 ‘개고기’?

한-EU FTA 2차 협상 첫날 취재기자들의 첫 질문은? 답은 ‘개고기’.

EU측의 동물복지개념 인정 요구를 두고 그동안 동물애호단체들이 문제 삼던 개고기의 사육과 도축 문제를 집중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에서다.

한국의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비결 중 하나인 ‘보신탕’을 EU측이 문제 삼는다면 한국 고유의 식문화까지 간섭하려 한다는 반대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는 섣부른 짐작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보신탕’ 애호가들은 안심해도 될 듯하다. 국내법상 개고기는 식품이 아니고 양측의 교역대상 품목이 아니어서 ‘개고기’가 협상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

김한수 한-EU 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동물복지개념이 개고기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EU측 요구는)구체적인 품목보다는 개념을 도입하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첫날 협상에서 EU측은 동물복지개념 도입과 관련, 동물복지에 대한 국제세미나 개최, 정보.전문가 의견 교환 등을 제안했으며 동물복지를 위한 규제나 의무사안은 제안하지 않았으며 ‘개고기’문제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브뤼셀에서는 원정시위대를 볼 수 없다

지난 6월30일 체결된 한미 FTA는 협상 내내 반대단체들의 시위에 몸살을 앓았었다. 당시 미국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이 ‘한미 FTA 반대 원정시위대’였다.

협상이 한미 양국 주요도시를 번갈아 가며 열리기 때문에 미국에서 개최되는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한미FTA 반대단체에서 대규모 시위대를 조성한 것.

거의 100여명이 넘는 원정시위대가 미국 시애틀(3차 협상), 몬테나(5차 협상), 워싱턴D.C.(7차 협상) 등 한미FTA 협상이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현지 경찰당국과 교민들을 긴장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원정시위는 ‘삼보일배 행진’ 등의 평화적 방법으로 진행돼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시위문화를 선보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EU FTA 2차 협상이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이 같은 원정시위대를 찾아볼 수 없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한-EU FTA도 반대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원정시위대’를 파견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한미FTA 때만큼 ‘반대여론이나 열정’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평가할 수 없지만, 적절한 반대시위는 협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아쉬운 바가 없지 않다.

◎… 융통성이 돋보이는 유럽

한EU FTA 2차 협상 첫날, 취재기자들은 협상장에 들어서는 김한수 한국측 수석대표와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에서 열린 1차 협상 때는 잠깐이긴 하지만 전체회의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뉴스거리를 제공했는데 2차 협상에서는 포토섹션만 주워졌기 때문이다. 한미FTA 협상때도 볼 수 없었던 철저한 보안이었다.

EU측에서는 협상장 안과 밖을 가르는 X-RAY 검색대 안쪽으로는 협상단 관계자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출입 ‘절대불가’ 방침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원칙’만 따지는 방침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융통성’이 통하는 방침이었다.

카메라 기자들은 협상 진행요원들이 미리 정해놓은 포토섹션 자리가 ‘뒷배경이 좋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검색대 안쪽에 있는 좋은 자리(?)를 요구했다. 한EU 양측 관계자들은 즉석 협의를 거쳐 방침을 변경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결국 기자들은 협상장 검색대를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고, 당초 포토섹션만 갖기로 했던 방침도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으로 양국 수석대표들의 입은 어렵지 않게 열렸다.

원칙 없는 방침인 것처럼 보이지만, 불편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유럽인들이 왠지 밉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