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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광주의 상징적인 특화거리로 광주시가 '예술의 거리'를 지정한지 20여년이 되었다.

전국에서 특화거리로는 처음인 예술의 거리는 당초 호남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예향 광주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동호인의 편의도모를 위해 서화, 도자기, 공예품, 남도창 등 이 지방 예술의 상징적 작품을 집산해 전시,공연, 판매함으로써 남도 문화와 예술의 진수를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명소로 가꾸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그러나 지금 이 곳은 '예술의 거리'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한산한 거리가 되었다. 여기까지 온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크게 2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여느 도시처럼 다핵화돼가는 현상에서고, 둘째는 우리 광주만의 특수한 경우로 도청과 산하기관이 대거 이전하면서 쇠락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었을까? 얼마든지 있었다. 일찍이 시가 나서서 이런 점들을 감안해 대책을 세웠더라면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것이다. 주변에 현대미술관이나 디자인센터 등 굵직한 인프라를 세우고 중ㆍ단기 사업을 우선순위로 선정해 착실히 실행 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에 담당부서를 두고 큰 행사에서 작은 행사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또 자치구는 관리를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러나 시는 예술의 거리를 방치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행여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 자연적으로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한 건 아닌지. 전당에 맞춰 주변에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집단의 주문이다.

그동안 자치구에서 사업을 계속해 오고 있지만 예산만 낭비한 채 지금껏 효과를 내고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 이는 관행상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나 참여가 결여된 채 행정편의로만 이뤄진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설치된지 1년도 안됐는데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루미나르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시공에 들어간 '보ㆍ차도 정비공사'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일방적인 행정주도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나 예전보다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에 더더욱 폭넓은 의견수렴이 요구된다.

시민단체인 '나무심는 건축인'은 광주대학교 건축학과와 협력해 '예술의 거리 일대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중에 있다. 재생 프로젝트는 산학협동을 통해 원도심 살리기의 일환으로 쇠락으로 치닫는 예술의 거리 일대를 살림으로써 구도심 활성화에 불을 당기자는 것이다. 실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많이 떠났고 남은 사람은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마당에 우리는 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 보는 것이다.

아무쪼록 처음으로 시도된 프로젝트가 산학민관의 협력으로 실현성 있는 좋은 결과를 창출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염천하에 고심하는 실무진에게 시나 구에서는 아낌없는 뒷바라지를 해야 할 것이다.

오는 11월 산고 끝에 청사진이 나오면 만시지탄이지만 예술의 거리 활성화 특단책으로 삼아 가능한 사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몇년후 윤곽을 드러낼 아시아문화전당과 주통로로 연계해 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특화거리로 지정한 이상 당초의 의도대로 명실상부한 문화수도 광주를 상징하는 거리로써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안명원 <예술의거리 발전협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