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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 대담에 서머타임제를 도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양쪽 다 옳은 말인 것 같지만,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면 우리는 너무나 피곤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4계절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머타임제 실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제에 대해 총 응답자 290명 중 54%가 서머타임제 실시에 반대했으며, 46%가 찬성했다. 반대한 사람들은 ‘지금도 일이 많은데 근무시간만 더 늘어난다.

한국 사회의 풍토와 지난날의 삶을 거역하고 사회적 혼란만 야기시키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반면 찬성한 사람들은 ‘미래의 선진국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또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라도 서머타임제는 꼭 필요하다.

잘 정착되도록 시범기간이나 분야를 정해서 실시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경제계 건의로 정부가 서머타임 도입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서머타임은 올림픽을 전후해 1987년과 88년에 시행해본 적이 있다.

에너지 절약이 명분이었지만 실제는 올림픽 주요 경기 중계를 미국 TV 황금시간대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유력했다. 2001년 7월 태국 탁신 수상이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자고 제안했다. 중국■대만■ 홍콩■ 마카오■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맞추자는 것이었다.

지역경제 중심국가들과 시간대를 맞춰야 금융거래가 활성화된다고 봤다. 논란 끝에 표준시는 그대로 두는 걸로 결정이 났다. 태국 사람들은 신체리듬에 맞는 자연스런 시간을 택한 것이다. 2005년 미국 의회에서 4월부터 10월이던 서머타임을 3월 중순부터 11월 초순으로 한 달 늘리는 법이 통과됐다.

그러자 캐나다에서 미국을 따라갈지 말지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과 시차가 생기면 미국을 오가는 비행기는 1년에 4번 스케줄을 바꾸는 혼란을 겪게 된다. 캐나다 증권업계는 미국 금융시장 영업시간을 쫓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캐나다 사람들은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결국 미국을 따라갔다. OECD 국가 가운데 서머타임을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일본■아이슬란드 3개국뿐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도 최근 서머타임 도입 검토계획을 발표했다.

아이슬란드는 여름철 백야 현상 때문에 서머타임의 의미가 없는 나라다. 낮이 긴 여름에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면 아침 햇빛을 그만큼 더 쓸 수 있다. 일찍 퇴근하게 되니 낮 시간 냉방도 절약할 수 있고 일찍 자면 그만큼 저녁 조명도 아낄 수 있다.

퇴근 후 여가시간이 길어지면 외식■쇼핑이 늘면서 경기도 진작된다는 것이다. 노동단체에선 출근이 한 시간 빨라지면서 근로시간만 늘게 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노조 목소리가 요즘처럼 큰 시대에 괜한 걱정 아닐까 싶다.

우리도 고종의 대한제국 시절엔 동경 127도 30분을 표준 자오선(子午線)으로 하는 표준시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일본의 오사카 부근인 동경(東經) 135도선을 표준 자오선으로 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표준시를 쓰고는 있지만 실제 해 뜨는 시간은 한국이 오사카보다 30분쯤 늦고, 동경(東京)보다는 1시간이나 늦다.

말하자면 우리는 1년 내내 동경보다 1시간 서머타임을 시행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점심시간이지만, 태양의 위치를 보면 동경은 12시 30분에, 오사카는 12시에, 우리는 11시 30분에 먹는다. 만일 1시간 서머타임을 실시한다면, 동경이 12시 30분에 먹을 때 우리는 10시 30분에 밥을 먹게 된다. 서머타임 도입을 논의보다는 아시아 표준시를 만들기 위해서 중국■대만■ 홍콩■ 마카오■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아시아권 공동 시간대가 오히려 좋을 듯하다. 그 대신 오전 9시 출근 시간을 8시로 한 시간 당기면 될 것이다.

姜元求 <동신대 초빙교수. 광주전남관광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