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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지역의 엄청난 홍수피해를 이유로 한 북한측의 요청에 의해 10월 2일부터 열리는 것으로 연기되어 당국은 물론 국민들을 당황 스럽게 하고 있지만, 정부는 8월 8일 오전10시 “노무현 대통령이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는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른바 「6·15공동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남북관계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7년 만에 개최되게 된 것으로 그 의미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발전과정에 비추어 볼 때 ‘정상회담’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의 제1차 정상회담 이후 7년 동안 제2차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하였던 데에는 북한핵문제로 말미암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 특히 북, 미 관계의 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비록 참여정부가 그 임기를 몇 개월 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는 할지라도 이번 회담의 개최는 남북관계 발전에 청신호가 켜질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지면이지만 이에 대한 의의와 과제를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7년 간 중단되었던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은 남, 북간에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성숙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동시에 ‘정상회담의 정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2000년 국민의 정부시기에 제1차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상당한 시일이 경과하도록 제2차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참여정부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지난 2월 베이징에서 도출된 ‘2. 13합의’ 이후 형성된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에 더하여 이제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2. 13합의의 성과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2, 13합의가 북한핵문제 해결에 한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구체적 이행에는 남한의 참여와 지원이 중요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거기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제 남북이 도모해야 하는 것은 남북간에 보다 실제적 협력이 구체화됨으로써 ‘남북공동체’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할 때, 2. 13합의가 도출되고, ‘한, 미 FTA’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의 정상회담은 그 성과에 대한 전망을 훨씬 밝게 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이번 제2차 정상회담이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행하면서 유의해야할 과제 또한 결코 적지 않다고 하겠다.

▶장소의 문제이다. 이미 청와대의 공식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서도 표출된 것처럼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장소가 서울이 아닌 평양으로 결정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미 2000년 6월 제1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요청하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수락함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는 그 이후 남북간의 중요한 관심사항 가운데 하나가 되어왔다.

물론 제1차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는 제2차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데 있어서 회담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지만, 남북관계 발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갖는 의미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들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기의 문제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아니한 상태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게 된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야 회담에서 커다란 성과가 기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북관계와 같은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의 임기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지만 정국(政局)이 이미 대선정국에 진입한 상태에서 자칫 정상회담이 정쟁의 대상으로 변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응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이 초당적이고 범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당국자들은 더욱 유념해야 하겠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우리의 대응책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왜 이시기에 정상회담 개최를 수락하였는가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지난 ‘2.13합의’ 이후 크고 작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의 다양한 접촉으로 BDA문제와 북한 핵문제 등에서 진척을 보임에 따라 남북관계에서도 열차시범운행이 이루어지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2.13합의에 포함된 대북 경제지원이 차질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체제를 안정시킬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북 지원의 상당부분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곳이 남한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한으로서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적 성향의 정당이 집권하는 경우 남한의 대북 지원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현정부와의 대화가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남한당국으로서는 정상회담을 위하여 준비위원회와 기획단 그리고 사무처 등을 설치하여 준비에 완벽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며, 여기에는 국정의 한 파트너인 야당과의 대화도 반드시 포함시키는 열린 마음을 가짐으로써 역사에 기록되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수열<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