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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좋으나 가시가 많아 먹기 고약하기로도 준치가 으뜸이다.

준치는 사철내내 잡히는 물고기지만 6월쯤에 알을 낳으러 강 하구로 몰려드는 때 잡은 것이 가장 맛이 좋다. 이 시기가 단오쯤이다.

“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준치”라고 외치던 생선장수의 구성진 목소리가 골목에 퍼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잊혀진 풍경이다.

준치는 진어(眞魚), 준어(俊魚)등 으로 부르는데 생선 중에 진짜 맛있는 생선이라는 뜻이다. 준치의 맛이 좋은 것은 살 사이에 많은 가시를 발라내면서 먹으려니 적은 양을 조금씩 먹을 수밖에 없게된다. 그래서 혀 사이의 미뢰세포(味?細胞)에 잘 닿아 맛을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이다.

준치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 B군이 풍부하나 강한 산성식품이므로 무, 죽순 등의 채소와 함께 먹어야한다.

옛날 요리 문헌인 [규합총서] 에서는 유난히 많은 준치 가시를 빼는 방법에 대해 적고있다. “ 준치를 토막내어 그 조각을 도마 위에 세우고 허리를 꺾어 배나 모시 수건으로 두 끝을 누르면 가는 뼈가 수건 밖으로 빠져 나올 것이니 낱낱이 뽑으면 된다”고 하였다.

예전에 으뜸 반찬은 소금에 절여 만든 준치자반이었다. 준치자반은 항아리에 담아 솔잎을 켜켜로 쌓고 한지로 봉한 뒤 서늘한 곳에 두고 먹었다.

준치 살만 발라만든 완자를 맑은 장국에 끓여도 좋고, 생선살로 빗은 준치만두는 특별히 미감을 자극한다. 가시를 발라 회로도 먹거나 찜, 구이, 조림 등도 별미이다. 그래서“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생겼을 법하다.

준치 가시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진다. 먼 옛날에 준치가 맛이 좋고 가시가 적어 사람들이 준치만 즐겨 먹어 멸족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러자 용왕이 물고기들과 의논을 한 결과 “준치는 가시가 없어 사람들이 준치만 찾아 위기에 처한 것이니 모든 물고기는 자기의 가시를 한 개씩 준치 몸에 꽂아 주라”고 했다. 모든 물고기가 준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각기 자기 가시를 한 개씩 뽑아서 준치 몸에 꽂았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달아나는 준치를 뒤쫓아가서 꽂느라 꽁지부분에 가시가 유난히 많다고 한다.

시인 백석은 “ 준치를 먹을 때엔 나물지 말자/ 가시가 많다고 나물지 말자/크고 작은 고기들의 아름다운 마음인 / 준치 가시를 나물지 말자” 고 준치가시에 대한 전설을 읊었다.

송나라의 문인 유연재(劉淵材)는 “ 죽는 것이 한스럽지 않으나 다섯가지가 한스러워 못 죽겠네. 그것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준치에 가시가 많다는 것, 금귤이 너무 시다는 것, 순채가 너무 차다는 것, 모란꽃에 향내가 없다는 것, 홍어에 뼈가 없다는 것이다.” 라고 했다. 얼마나 맛있는 물고기이면 죽는 것보다 가시 많은 것이 한(恨)이라고 했겠는가.

예전에 할머니들은 준치 가시는 그냥 버리지 않았다. 준치 뼈를 맞추어 새의 형상을 만들고 주둥이에 앵두를 물려서 처마 끝에 매달아 두면 새가 된다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된 시집살이에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염원이 아니었을까?

조선시대 사대부 사회에서 선물은 상징적 의미를 담아 주고받았다. 몸통이 투명한 뱅어는 깨끗함을 상징하고, 돼지를 선물했다면 부와 재물을 약속한다는 뜻이다.

권력이나 명예, 재물에 치우치면 불행이 닥친다는 상징적 선물로는 준치가 제격이다. 준치는‘ 맛있다고 아무 것이나 먹어대면 가시가 목에 걸리는 불행이 닥친다’는 뜻의 선물로 경계하라는 충고인 것이다. 우리는 정치권에서 줄줄이 검은 돈에 관련된 인사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아왔다. 선물하나에 담긴 듯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